"밥 한 끼 먹기 전에도 '이 쌀이 어디서 왔는가'를 묵상하는 불가의 계율을 생각하면 그처럼 많은 음식물을 남기지 못할 겁니다."불교계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대한불교 법화종 혜륜(51·사진)총무원장은 지난달부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결심하고 나섰다. 두 달 전 한 신도가 음식물 분리수거 문제로 아파트 경비원과 시비가 붙은 모습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된 것. 불자들부터라도 '먹을 수 있는 양만큼 준비하고, 남는 음식은 반드시 담아 두고 먹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캠페인 시작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지만 전국 70개 법화종 사찰을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법화종 사찰뿐 아니라 얼마 전부터 천태종 삼광사도 이 운동에 동참하는 등 범종단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 사찰마다 '음식을 남기지 맙시다'라는 표어를 걸어두었고, 며칠 동안 보관해도 밥과 국의 맛이 변하지 않도록 불자들에게 세라믹 밥그릇 보급도 권하고 있다. 생명존중과 절약을 중시하는 불가의 교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1,2명의 승려가 꾸리는 소규모 암자의 증가로 사찰내 남은 음식 처리가 곤란해진 '실질적인' 이유 때문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야박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식당을 하는 불자들에게는 손님들로부터 반드시 자기 양만큼 찬과 음식을 덜게 하고, 남은 음식을 포장해 줄 때도 세라믹 그릇을 이용하고 돌려 받도록 해 음식과 포장재를 모두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20년 전 처음 주지를 맡아 없는 살림으로 절을 꾸리면서 절약이 몸에 뱄다"는 혜륜 스님은 "쌀 한 톨, 나물 한 개 남기지 못하도록 돼 있는 불가의 엄격한 '발우공양(鉢盂供養)' 의 정신은 불자뿐 아니라 과잉 소비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새겨야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