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거나 노는 것만으로는 어쩐지 싱겁다. 도전적이고, 그래서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휴가는 없을까. 체력과 용기, 그리고 인내를 시험하는 것도 보람이 있을 것이다. 어린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곤란하겠지만 비교적 몸이 자유롭다면 제주도 자전거 일주, 백두대간 부분 종주, 강원도 오지 트레킹 등의 계획을 세워보자.제주도 자전거 일주
가장 싸게, 그러나 가장 인상깊게 제주도를 여행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제주도를 한번의 여행으로 모두 볼 수는 없다. 자전거 여행은 해안선을 빙 돌아 바닷가의 풍광을 가슴에 담는 작업이다.
가파른 언덕은 없지만 일부 해안도로에 자그마한 언덕들이 많아 진을 빼놓기 때문에 사전에 약간의 몸만들기가 필요하다. 혼자서는 힘들다. 친구나 직장동료 등 4명 정도로 조를 짜는 것이 장비 운반이나 식사, 야영, 그리고 비용 등에 무리가 없다.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필수.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 비가 조금 오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바람이 불면 자전거가 휘청거려 일정을 망친다.
최소한 1주일 정도의 날씨를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야영을 전제로 한다면 짐이 많아진다. 일반적인 야영 장비와 취사도구 외에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일정 동안 계속 햇살이 내리쬔다면 거의 화상을 입는다.
자기 자전거를 가져 가려면 배를 타는 것이 편하다. 비행기를 탈 때 수화물로 부칠 수도 있지만 포장이 견고하지 않으면 파손될 수도 있다. 완도, 인천, 부산, 여수, 목포, 통영 등에서 제주행 배가 출발한다. 제주해운조합관리과(064-758-7870)에 문의하면 배의 시간과 요금 등을 알 수 있다.
제주시에서 자전거를 빌려도 된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코렉스자전거(752-6863)는 자전거의 상태에 따라 1일 4,000∼8,000원선, 선경스마트(751-2000)는 단기대여(1∼2일) 7,000원, 장기대여(3일 이상) 5,000원이다. 자전거를 빌려 무작정 출발하지 말고 한 블록 정도 시운전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은 제주시에서 출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3박4일이 적당하다. 첫날 많이 달리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구간을 줄인다. 첫날 제주시∼중문해수욕장, 둘째날 중문∼성산일출봉, 셋째날 성산일출봉∼함덕해수욕장, 넷째날 함덕∼제주시 등이 경험자들이 추천하는 코스이다.
백두대간 부분종주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백두대간 종주. 그러나 꿈일 뿐이다. 가장 큰 장애는 시간이다. 휴가를 이용해 맛이라도 보자. 백두대간 부분 종주이다. 가장 인기 있는 부분 종주 코스는 지리산, 덕유산. 2박3일 정도의 일정이면 백두대간에 대한 갈증을 그런대로 풀 수 있다. 국립공원은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 미리 산장에 잠자리를 예약해 놓는 것을 잊지 말도록.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 www.npa.or.kr
지리산 구간(노고단∼천왕봉)
남한에서 가장 넓은 지리산 산자락은 그만큼 많은 산꾼들을 유혹한다. 금쪽 같은 휴가를 고스란히 헌납해도 아깝지 않다. 종주 코스는 노고단에서 천왕봉(1,915m)을 잇는 주능선. 지도상의 거리가 25.5㎞이다. 오르막 내리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 한다. 산행만 2박 3일이 걸린다.
노고단-천왕봉 코스가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여름 코스이다.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 노고단-임걸령-노루목-명선봉을 거쳐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 선비샘-영신봉-세석평전을 지나 장터목산장에서 2박, 셋째날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고 중산리나 대원사코스로 하산한다.
덕유산 구간(육십령∼향적봉)
덕유산 종주는 1박2일은 빠듯하고 2박 3일이면 넉넉하다. 남덕유산 아래 육십령에서 나제통문까지 약 40㎞ 구간이다. 걷는 시간이 약 17시간인데 험한 구간이 많아 만만치 않다.
2박3일을 기준으로 할 때 첫 날은 육십령-서봉-남덕유산-삿갓봉을 지나 삿갓재골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 가파른 구간이 많으니 처음부터 호흡조절이 필수. 둘째 날은 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을 거쳐 향적봉에 오른다.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왼쪽으로 호남의 연봉, 오른쪽으로는 영남의 연봉을 보며 걷는 환상적인 길이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여장을 풀고 일찍 잠에 든다.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셋째날은 일출을 보고 백련사를 거쳐 구천동 계곡을 내려온다.
강원도 오지 트레킹
무작정 걷는 여행이다. 그러나 심심하지 않다. 깊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아무 생각없이 푸르름 속에서 걷는 것. 더위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오지여행정보 사이트. 오지코리아 www.ozikorea.com, 트렉코리아 www.trekkorea.com.
강릉 송천계곡
정선군 구절리와 강릉 대기리를 잇는 길. 강릉 땅이지만 정선에서 들어간다. 구절리역에서 약 4㎞를 북상하면 정선군 북면 종량동. 정선의 명산 노추산으로의 등산로가 나 있는 마을이다. 노추산, 두루봉, 발왕산 사이로 소나무 잎처럼 푸른 송천이 흐른다. 송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해 용평스키장이 있는 평창군 횡계리를 가로질러 이 곳에 이른다. 송천을 끼고 왕복 1차선 비포장도로가 뚫려 있다. 길은 작은 다리를 통해 냇물을 건너며 포장도로가 뚫린 닭목재까지 20여㎞ 가량 이어진다.
인제 아침가리골
원시의 자연 속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스릴 넘치는 모험이다. 출발지는 인제의 갈터. 진동산채가라는 식당 앞의 개울을 건너면 계곡에 든다. 계곡을 올라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장(폐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은 산을 넘어 홍천군 내면으로 들어간다. 1박 2일간 자연만을 벗할 수 있는 트레킹이다. 폐교 인근에 들어선 청소년 수련시설이 자연미를 해치는 것이 아쉽다.
숲은 발 하나도 집어넣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다. 오직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만이 숲 사이로 길을 냈다. 사람은 별 수 없이 물길 양 쪽의 돌무더기를 따라 오른다. 돌이 절벽으로 솟구쳐 앞을 막으면 물을 건너가고, 빽빽한 숲에 막히면 다시 건너 온다. 폐교까지 직선거리는 3㎞. 그러나 구절양장으로 굽어있어 실제 거리는 7㎞가 넘는다. 폐교에서 홍천군 내면 광원리까지는 약 20㎞. 임도가 나 있다. 길을 따라 그냥 걸으면 된다. 아는 이가 없어 찾는 이도 없는 조경동약수를 맛볼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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