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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수시대 대비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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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장수시대 대비 서두르자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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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우리나라만큼 노인인구 증가와 국민평균수명의 연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는 찾기 힘들 것이다. 평균수명이 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비해야 할 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인구의 7%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15년쯤 지나면 65세 이상이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현 추세라면 늦어도 2018년이면 지금 76세인 국민평균수명이 80세로 늘어날 것이고 특히 여성들의 평균수명은 85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고령사회에 접어들면 10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들만 수천 명이 넘을 것이며 85세 이상의 초고령자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들 100세 이상 장수자의 대부분은 여성일 것이며 초고령자 역시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고령사회, 아니 장수사회에 들어서게 되면 지금보다 더 오래 살게 되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적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개인 역시 자신의 노후에 대비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1세기 전만 해도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35세에 불과했고 그때에는 100세 넘게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노후에 대한 대비도 크게 필요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평균수명만 따져도 당시의 배가 훨씬 넘는 수명을 누리고 있다. 부풀려진 감이 있긴 하지만 100세 장수자도 2,0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안가 사람들은 보통 80세까지 살고 생을 아끼고 절제하는 사람들은 90세, 나아가 1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수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복지가 뒷받침되어야 행복한 장수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들은 병약하거나 무기력하다는 현재의 고정관념도 변할 것이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65세 이상 대부분의 노인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생산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이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은 비율의 노인일지라도 장수하면서 점점 만성질병이나 치매 등 피하기 힘든 질병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수가 늘어날 게 틀림없고 남자보다 평균7∼8세 더 사는 여성들이 훨씬 심각하다. 이러한 병약한 노인들의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짐을 나누어야 할 사회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앞으로 누가 부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연금제도는 이제 출발했지만 지금의 형태로는 앞으로 30년을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가족의 노인부양기능도 급속도로 쇠잔해지고 있다. 그 결과 특히 젊을 때 남자만큼 노후에 대비하지 못하는 많은 노인 여성들에게는 긴 노년기의 삶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여성노인들은 남자노인들에 비해 열악한 노후를 보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젊은 여성들이 다가오는 장수시대에 대비하지 못하면 미래의 여성노인들은 오늘날의 여성노인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노년기를 보내야 한다. 남성들은 물론 오늘날의 여성들은 젊을 때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 충분한 저축을 하든지 아니면 생의 마지막 단계까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 동 일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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