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여름 뉴욕에 온 지 몇 달 되지 않아 운 좋게 브로드웨이 뮤지컬 한 편을 관람할 수 있었다. '리틀 숍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라는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었다. 그 '리틀 숍…'이 올해 다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다.이 작품의 컴백은 예사롭지 않다. 당초 7월 프리뷰를 거쳐 8월14일 버지니아 시어터에서 개막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돌연 공연일정을 취소하고 날짜를 연말로 미뤘다. 이미 뉴욕타임스 등에 광고가 나간 상태에서 날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팬들의 의문에 대해 프로듀서는 "연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짤막하게 이유를 밝혔다.
그 동안 연출을 맡았던 코니 그라포는 브로드웨이보다는 다른 지역 극장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개막 직전에 연출을 바꾼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었지만 제작자들은 뮤지컬의 성공을 위해 눈앞의 손실을 감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스모키 조스 카페', '아가씨와 건달들' 등을 연출한 제리 작스를 영입했다. 지금 손해 보는 것이 나중에 막 내리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었다.
'리틀 숍…'은 1960년대 영화와 86년에 리메이된 영화로 널리 알려졌고 한국에는 '흡혈식물 대소동'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컬트 뮤지컬은 오드리라는 금발미녀 동료를 사랑하는 평범한 청년 시무어가 자신이 일하는 꽃가게로 이상한 꽃을 가지고 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 특별한 꽃으로 세상의 관심을 끈 끝에 사랑을 얻게 되지만 문제는 이 꽃을 키우는 데 물이 아니라 피가 필요하다는 것. 결국 꽃 때문에 시모어의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결국 그 자신도 희생된다는 괴기스러운 스토리지만 무척 코믹하고 시종 흥겨운 뮤지컬이어서 그리 무섭지는 않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많은 뮤지컬들이 그렇듯 '리틀 숍…'은 영화를 뮤지컬화, 82년부터 2,209회나 공연한 작품을 리바이벌한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관심작이고 이미 600만 달러 이상의 사전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이기에 마지막 순간 연출자를 갈아 치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들의 대담성이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순간의 변덕이 아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올리겠다는 의지였기에 과연 이 도박의 승패가 어떻게 판가름날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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