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계년도 한국방송공사(KBS) 결산승인안이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결산 승인은 이미 사용한 예산에 대한 추인 절차에 불과, 무난하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게 관례였다.정치권 주변에선 "한나라당의 정연주 KBS 사장 길들이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정 사장의 임명 배경이 석연치 않고 노사모를 한 사람이 토론 사회자가 되는 등 이념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들에게 사전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KBS가 최근 '자아비판' 프로그램에서 KBS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실명 거론하며 비판한 것도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나라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해 KBS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조차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법상 국회가 결산안을 통과시켜야 심사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의 회계감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선 국회 문화관광위원장(민주)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결산안을 부결시켜 결산의 문제점을 시정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한나라당 고흥길 간사도 '어이가 없다. 이러면 어떻게 상임위를 하라는 말이냐'고 불만을 쏟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KBS가 천재지변 등에 대비해 책정된 예비비 120억원 중 112억원을 작년말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줘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KBS는 "경영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상여금은 예비비로 편성해야 한다는 예산처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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