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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이 차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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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이 차에는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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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에는 아기가 타고 있습니다'라는 표지를 보면 아무래도 좀 조심하게 된다. 물론 그런 표지를 달고서 아기는 조수석에 안고 타는 부모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부모들을 보면 내 차 뒤에다 '아기가 에어백입니까?' 라는 표지를 달고 싶어진다. '이 차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탑승하고 있습니다'라는 표지도 심심찮게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외국인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짓을 하라는 걸까? 어느 나라 사람이 타고 있는지 맞춰보라는 걸까? 외국인이 무슨 폭발물도 아니고 애써 보호해야 할 어린아이도 아닌데 왜 그런 표지를 붙이고 다니는 걸까? 예를 들어 '이 차에는 테러리스트가 타고 있습니다'라고 써놓으면 멀리 도망이라도 가겠는데 외국인은 뭘 어쩌라는 건지.일전에 친구가 보내준 사진 파일에는 이런 표지를 단 차가 찍혀 있었다.

'이 차에는 아가씨가 타고 있습니다'

그 아래엔 '모모 다방'이라는 스티커가 큼지막했다. 어쩐지 으스스하다. 괜히 그 안에 있다는 아가씨한테 말이라도 걸었다간 어여쁜 아가씨는 고사하고 우람한 어깨들이 쏟아져 나올 분위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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