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만으로는 성에 안차!" 인기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이 잇따르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의 장르 넘나들기는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녹음기술 발달과 립싱크에 관대한 문화 덕을 톡톡히 보는 연기자의 가수 진출에 비해 가수의 연기 도전은 여전히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즘은 인기 정상의 가수들이 연기 겸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주인공에 발탁되는 등 배역비중도 높아져 눈길을 끈다.연기자 변신에 가장 성공한 가수로는 성유리(22)와 신성우(36)가 꼽힌다. SBS '천년지애'에서 남부여 공주로 나온 성유리는 초반 어설픈 연기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어색한 '공주 말투'가 유행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MBC '위풍당당 그녀'에서 코믹 연기까지 무난히 소화해 낸 신성우도 8월 방송하는 SBS '첫사랑'에 다시 캐스팅돼 연기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현우(36)가 그 뒤를 따른다.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 연기자로 첫 선을 보인 이현우의 힘 들이지 않은 연기는 정다빈, 김래원의 톡톡 튀는 연기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옥탑방…' 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그의 연기는 엄격하게 말하면 서툴기 짝이 없다. 그러나 평소 그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는 어색한 말투와 감정 표현이 오히려 완벽한 조건을 갖췄지만 인간 관계에는 서툰 동준 역을 실감나게 그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다.
'부드러운 남자' 성시경(24)은 10월 방송하는 SBS '때려!'로 본격적 연기 겸업에 나선다. '지금은 연애중' 등에 얼굴을 비치기는 했지만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은 처음이다.
그가 맡은 역은 주진모, 공효진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공효진을 돌봐주는 마음씨 착한 '키다리 아저씨'. 성시경은 "오래 전부터 연기를 해보고 싶었고 내용과 배역도 좋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신예 가수 마야(24)도 5일 첫 방송하는 KBS2 주말연속극 '보디가드'로 연기에 도전한다. 그가 맡은 역은 오빠 경탁(차승원)과 친구인 나영(임은경)의 사랑 만들기를 돕는 '화끈한 의리녀' 경민. 마야는 평소 갈고 닦은 쿵푸와 격투기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가수들의 활발한 드라마 진출은 보다 참신한 얼굴을 찾으려는 드라마계와 음반시장 장기 불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영역 확대를 노리는 가수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성시경의 매니저 김영민씨는 "과거에는 가수의 연기 '외도'가 새 앨범이 나오기 전 '휴식기'에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요즘은 처음부터 '멀티 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SBS 구본근 CP는 "인기 가수 발탁은 그들의 대중친화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기존 연기자들의 고착된 이미지가 주는 식상함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그러나 연기를 못해도 봐줄 만큼 시청자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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