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이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나 정작 민주당쪽 의원들은 냉담하거나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한나라당 탈당파인 이부영 의원은 30일 "민주당의 신주류 강경파와 같이 가려고 탈당을 늦추고 있다"면서 "기득권을 버리고 내년 총선에 당선이 안돼도 좋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결단을 해야 한다"고 탈당을 재촉했다. 이 의원 등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은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와 정치권 밖의 개혁신당 추진세력과 연대를 모색한다는 방침 아래 내주 초 탈당을 결행할 예정이다. 이 의원 등은 범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 8월 말까지 신당 창당준비위 체제로 발전시켜 9월 정기국회에서는 교섭단체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탈당파가 민주당에서 탈당해야 할 사람으로 지목한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은 모두 이부영 의원 등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부했다. 김근태 의원은 "기본적으로 다당제 구도에 반대한다"면서 "내년 총선의 목표는 평화개혁세력의 통합인데, 이합집산적 탈당은 평화개혁세력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탈당을 할 경우 결국 이 의원의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의원은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 내에서도 탈당 얘기는 없다"며 "그러나 일단 그쪽(한나라당 탈당파)도 힘내고 이쪽도 힘내야지"라고 말해 향후 가능성은 열어뒀다. 천정배 의원은 "기득권을 버리라는 충고는 고맙지만 우리도 사즉생의 각오를 갖고 있다"며 "기득권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발전을 위해 어느 길이 위력적이고 성공 가능성 높은지를 전략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또 "개혁중심 세력은 민주당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 몇명과 민주당 몇명이 떨어져 나가 신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탈당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신기남 의원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탈당파들은 "민주당 신주류가 탈당을 하지 않더라도 내주에 탈당을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은 민주당 중도파의 중재안인 '선(先)당개혁, 후(後)통합신당' 방안을 받아들여 민주당내 신당 추진작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김원기 고문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총선 일정을 감안, 늦어도 9월까지 신당의 틀이 짜여야 한다"면서 "당밖의 모든 세력이 신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당대당으로 통합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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