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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 만들기]의료는 상품과 달라 시장개방 편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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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 만들기]의료는 상품과 달라 시장개방 편익 없어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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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새삼 세상이 좁아진 것을 실감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글을 써 보내고, 국내 소식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외국 학회에 참석하더라도 새로 얻는 정보는 전보다 훨씬 적다. 모두가 '세계화'가 불러온 현상이다.세계화는 정보의 유통에 국한하지 않는다. 먹을거리부터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구석구석 좁아진 지구촌의 영향이 미친다.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치료차 외국에 가는 일이 드물지 않을 뿐 아니라, 원정출산 같은 일종의 부작용(?)이 생길 정도로 세계화의 파장은 크고 깊다.

의료의 세계화는 무엇보다 시장개방 논의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경제특구에 외국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허용할지를 두고 벌이는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서비스 시장 개방협상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서툰 우리말을 쓰는 외국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이고 보면, 의료의 세계화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우리 의료를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의료시장 개방을 주장한다.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국 적자생존의 원리가 경쟁력 있는 의사와 병원만 남길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럴싸한 소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현실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의료시장을 개방할지 말지 고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본질적으로 의료는 상품이 아니고, 시장개방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료에 '시장'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의 의료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국가는 아주 적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가 이 문제에 관한 한 묵묵부답이다.

물론 예외적인 길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별로 없다. 시장개방으로 새로운 의료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외국의 의료서비스가 의학적으로 더 우수한지도 의심스럽다. 무역협상에서 실무적인 득도 거의 없다. 관심을 가진 나라가 거의 없는데 유용한 카드로 쓰일 리 만무하다. 의료시장 개방이 한국 의료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이 되기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김창엽·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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