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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 毒 그리고 藥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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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 毒 그리고 藥 "두얼굴"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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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누스는 독인가, 약인가. 통조림을 통해 감염되는 보툴리누스 중독이 최근 국내에서 첫 발생했다. 보툴리누스 중독은 사망률이 8%나 되는 무서운 질병인 반면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한 이 독소는 미용, 사시, 다한증 등에 각광받는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다.신경마비로 죽음에 이르는 식중독

보툴리누스 중독은 다른 대장균이나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과 달리 설사, 구토, 고열 등의 증상이 아닌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독소(보툴리눔)가 든 음식을 먹은 뒤 12∼36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물체가 둘로 보이고 삼키기가 어렵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증상이 보이다가 마비증세가 아래로 내려가 팔다리가 무력해지면서 심장마비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한다. 생명을 건지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해야 하며 항독소를 정맥에 투여해야 한다.

이 식중독이 '통조림 식중독'으로 알려진 이유는 보툴리누스균이 공기가 없는 환경을 좋아하는 세균이기 때문. 통조림 뿐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훈제식품, 각종 진공포장된 식품 속에서 보툴리누스균이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독소는 열에 강한 편이라 날로 먹거나 살짝 익혀선 없어지지 않는다. 이번 국내 환자는 소시지를 먹고 발병했고, 외국에서는 살짝 튀긴 양파요리, 훈제 생선 등을 먹고 발생한 적이 있다. 부풀어오른 통조림이나 위생처리가 의심스러운 진공포장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며, 80도 이상에서 10분 넘게 익혀 먹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은 통조림에만 있지 않다. 보툴리누스균은 일반적으로 흙 속에서 자라 특히 돌 미만의 영아는 흙, 먼지, 꿀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미국에선 매년 50여건 이상 보툴리누스 환자가 보고되고 있는데 25%가 식품으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는 영아 보툴리누스 중독증이다.

드물게는 피부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생물테러 목적으로 에어로졸 형태로 살포할 경우 호흡기로도 흡수되기 때문에 지난해 5월 월드컵을 앞두고 4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됐다.

사각턱부터 다한증까지 신 치료제

그런가하면 피부과 등에서 보톡스 시술은 날로 떠오르는 분야다. 2002년 미국 미용성형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보톡스 시술은 160만건이 시행돼 수술이 아닌 미용시술 중 1위로 꼽히고 있다(수술 중에선 지방흡입이 1위). 주사 한방으로 30분 이내에 간단히 주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매력.

이제는 주름살뿐 아니라 다한증, 근육이 비대해진 사각턱이나 종아리, 눈이 떨리거나 감기는 안검경련, 사시, 편두통, 뇌성마비 환자나 뇌졸중 등으로 인한 근육 강직, 수전증, 요도 괄약근 장애 등에도 보톡스주사가 적용되고 있다. 영국의 의학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는 극심한 다한증 환자 145명에게 보톡스를 실시한 결과 분비량이 85%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독소가 근육을 마비시키는 특성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즉 보툴리눔은 운동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함으로써 근육을 수축시키거나(사각턱은 갸름하게) 이완시키는(강직된 근육은 풀어주는) 효과를 낸다. 대신 독소를 정제하고 치사량의 25∼100배로 희석한 것이다. 생명에 위협이 없는 대신 효과도 짧아 주름살 제거는 4∼6개월, 종아리나 다한증 치료는 12개월마다 이 전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반복해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서동혜 원장은 "70㎏ 성인의 경우 보톡스 30병을 맞으면 생명이 위험한 정도이며 실제 치료에 쓰는 용량은 많아야 한 병"이라며 "근육의 크기에 따라 좀 더 많은 양이 필요할 수 있지만 용량을 나누어서 주사하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종아리나 턱은 평소 쓰는 근육을 마비시킨 것이라 뻐근한 느낌이 오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적응해야 한다. 특히 뇌성마비 환자는 운동을 병행해야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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