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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개성공단, 北협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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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개성공단, 北협조에 달렸다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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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현대와 북한 당국간에 합의가 이뤄진 지 3년 만인 지난달 30일 착공식을 가졌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다른 공단이나 특구와는 달리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만한 대상이다.지금까지 북한은 남측 자본주의의 전염과 체제위협을 우려하여 남측과 멀리 떨어진 곳에만 특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특구의 대부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그 이유는 1차적으로 남북한간의 정치적 불안정과 체제유지 문제를 걱정한 북한의 소극적인 자세, 그리고 특구의 열악한 투자환경에서 비롯됐다.

특히 투자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보다 물류 운송비용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낮은 점이 투자를 외면하는 요인이 됐다. 물류의 육로수송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물류운송을 선박을 이용한 해상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번 개성공단은 우선 서울에서 70㎞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함께 앞으로 육로운송이 원활해질 경우 운송 및 물류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투자유인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높은 임금과 노사분쟁으로 인해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국기업도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수출관련 기업이어서 이들이 휘청거리면 국가 전반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며,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해 높은 실업률 등으로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외국투자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기업에게도 유리한 기업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 경제특구제도를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노동단체들에 의해 거부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불안정한 마당이어서 개성공단이 얼마나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한이 공생의 관계로 나아간다면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섬유 가죽 신발 금속 전자 등의 산업을 개성공단에 입주시켜 수출을 증대할 수 있고, 북한은 남측의 기술을 전수받아 공업화에 빠른 진전을 이룸으로써 빈곤에서 벗어나 체제 유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남북한이 합작해 동북아로 시장을 확대시킬 경우 이로부터 나오는 이익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해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없어져야 한다. 또한 북한이 경제개발을 통해 체제유지를 추구하는 국가전략적 목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판문점을 통한 육로수송이 원활해져야 한다. 북한은 세금 및 투자보장협정이나 대금지불 문제 등에 대한 행정적, 제도적 협력을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이 손쉽게 개성공단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준비와 더불어 판문점 근처에 통관과 물류기지를 포함하는 종합경제특구 설치 등의 계획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의 잦은 약속 위반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대 북한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다시 핵 문제나 정치적 목적 달성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경우 북한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져 남북경제협력은 오히려 과거보다도 어려워질 것이다. 남북한 모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성패여부는 북한의 협조와 자세에 달려있다.

김 정 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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