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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출범 1년/ "자국민 기소면제 협정은 ICC 무력화 의도" "오만한 美" 목청높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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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 출범 1년/ "자국민 기소면제 협정은 ICC 무력화 의도" "오만한 美" 목청높인 세계

입력
2003.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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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와 반 인륜적 범죄를 다룰 세계 최초의 상설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일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국제사회는 ICC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을 일제히 성토했다.국제앰네스티(AI)는 이날 '국제 정의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자국민을 ICC 기소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협정을 개별 국가들과 맺은 미국의 행위는 불법"이라고 규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AFP 통신 등 서방 언론도 미국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은 왜 이렇게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것일까.

ICC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ICC 설립 1주년이 되는 이날까지 기소 대상에서 미국인을 제외시키는 내용의 양자 협정을 맺지 않는 나라들에게는 군사원조 등의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미군보호법(ASPA)을 마련했다.

이는 기소 대상자의 출신국이 로마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국 영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재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ICC 조항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항 때문에 세계 전지역에 군대를 파견, 분쟁에 개입해온 미국으로서는 면제협정을 맺지 않는 한 ICC 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다.

미국 대사들은 해당국 정부들에 기소 면제 협정 체결을 강요, 이날까지 아프가니스탄, 콩고, 르완다 등 51개국과 면제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분쟁이 진행되고 있거나 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미국과 면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불가리아 등 30여 개 국은 군사원조를 받지 못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이스라엘, 일본, 한국, 호주, 이집트, 뉴질랜드 등 '힘 좀 쓰는'국가들에 대해서는 면제 협정 체결을 추진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면제협정 거부한 국가라도 미국의 이익에 꼭 필요한 나라들에게는 예외를 인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적극 협조한 불가리아, 자국의 마약정책 추진과 관련이 깊은 콜롬비아 등이 그 사례이다.

결국 미국은 인류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일본 황군의 인간 생체실험, 르완다 대학살 등 끔찍한 전쟁 범죄를 겪은 후 통절한 반성 위에서 탄생시킨 ICC를 자신의 세계전략에 차질을 준다는 이유로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신만을 예외국가로 인정하는 오만한 태도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은 ASPA법상 한국을 예외로 인정하면서도 지난해 2차례에 걸쳐 기소 면제 협정 체결 의사를 타진해왔다. 한국 정부는 ICC 설립에 기여하고 재판관 1명(송상현 서울대교수)을 배출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아직은 미국의 제의를 심각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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