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철도파업 사태와 관련, "국민이 불편하더라도 인내해달라"며 결연함을 보였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언급에 대해 "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에서 나온 것인 만큼 달라졌다는 평가는 맞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노 대통령이 '친노(親勞) 성향'을 갖고 있다는 꼬리표를 이 기회에 확실히 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에 열린 '참여정부의 경제비전에 관한 국제회의'개막식 연설에서 "노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엄정중립의 입장에 서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친노'에서 무게 중심을 '가운데'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특히 국제회의에서 '엄정중립'을 천명한 것은 경제회생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해외 투자자의 불신을 씻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또 이날 '노조지도부를 위한 노동운동'을 '정치투쟁'으로 규정, '정치적 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거듭 강조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적 파업의 성격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겠지만 '정치투쟁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기준이 확립됐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흥은행 파업 때와는 달리 철도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한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철도파업의 경우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문 수석은 "노조가 기존 합의를 깼다", "국민불편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법파업을 했다", "공사화 반대 등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등으로 조목조목 정당성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또 이날 불법파업에 대한 대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노사관계의 내용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이라는 두개의 기본 축에 글로벌 스탠더드가 새 정부 노동정책의 방향으로 추가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해 앞으로 1∼2년 안에 선진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또 이에 대해 "노사분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7월 이후, 체계화된 글로벌 스탠더드 구상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대체로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노동자에 대한 '특혜 해소'를 언급한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의식한 발언이었다고 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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