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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2진 472명 상봉 /南 99세노모 "아들아 살아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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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2진 472명 상봉 /南 99세노모 "아들아 살아있어 고맙다"

입력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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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측 상봉단 472명이 30일 오후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에서 북측 가족 100명과 단체상봉을 한데 이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반백년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혈육의 정을 나눴다.국회의원으로는 처음 상봉단에 포함된 한나라당 맹형규(57) 의원은 부친 맹흥렬(86)씨 등과 함께 54년만에 북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작은 고모 은희(76)씨와 상봉의 감격을 맛보았다. 은희씨는 오빠와 언니 영희(79)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 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은희씨가 맹 의원에게 "어릴 적 볼기짝 맞은 생각 나니"라고 묻자 맹 의원은 "제가 어릴 때 장난이 심했죠"라며 웃었다. 은희씨는 조카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 당은 왜 6·15 선언을 무효로 만들려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첫 만남이 끝난 뒤 맹 의원은 "고모님이 북에서도 인텔리셔서 한나라당의 성향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며 "담담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막상 만나니 감회가 깊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설봉호가 장전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남측 최고령자인 김용녀(99) 할머니는 정작 북측의 아들 김경종(72)씨를 만나고는 멍하니 바라만 볼뿐 말문을 열지 못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제주 4·3 사태의 회오리에 휩쓸려 생이별했던 아들이 "어머니, 어머니"를 되뇌이자 그 때서야 김 할머니는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며 주름이 깊게 패인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의용군으로 징집돼 생이별한 북의 남편 김관수(72)씨를 53년만에 만난 권점순(69)씨는 "살아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연락했느냐. 새로 시집을 갔지만 당신을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가슴속에 쌓인 그리움을 쏟아냈다.

유경순(87) 정식(78) 남매는 북에서 인민배우로 활동해 온 경애(83)씨를 와락 끌어안은 채 분단이 가로막은 동기간의 정을 듬뿍 나눴다. 경애씨는 "나는 영예롭게 잘 살아왔다"며 김일성 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북 가족은 4시간여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7월1일 오전 해금강 호텔에서 있을 가족상봉을 기약하며 각기 숙소로 돌아가 잠 못 이루는 금강산의 첫날 밤을 보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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