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십분 활용한 '산개(散開) 투쟁'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30일 현재 철도파업에 참가중인 조합원은 전국적으로 8,400여명. 철도노조의 파업돌입 직후인 28일 오전 경찰력이 연세대 등 파업 농성 현장에 들어가 노조원들을 강제해산시켰는데도 서울 부산 대전 영주 순천 등 핵심지부지역을 중심으로 노조원들이 흔들림 없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찰의 강제해산에 큰 저항 없이 뿔뿔이 흩어진 노조원들이 지도부의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파업을 이어가는 데는 산개투쟁 전략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8,400여명의 조합원들이 5∼10명씩 나뉘어 모두 1,700여개 조로 흩어져있으나 노조 지도부와 휴대폰 및 인터넷으로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과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디지털'형 파업 문화가 가능해진 것. 철도노조 지도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 하루 10여 차례 이상 노조원들에게 투쟁전술 및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노조원들은 PC방 등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지도부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도 동시에 지시를 전달한다.
더욱이 조단위로 5∼10명씩 편성돼있어 노조원들의 파업대열 이탈을 손쉽게 통제하는 효과까지 있다. 철도청이 업무복귀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 등 중징계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에서 이탈하는 노조원이 예상외로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개투쟁 전략이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 발전노조 파업 때였다. 발전노조 파업 당시에도 파업농성장에 공권력 투입을 앞두고 노조원들이 뿔뿔이 흩어진 뒤 산개투쟁을 벌이며 37일간이나 파업을 이끌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휴대폰과 인터넷 등 통신의 발달로 철도노조원들이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강한 결속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파업농성장에 모여있는 노조원들을 무력으로 분산시켜 파업을 종결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경찰력 무용론을 주장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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