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30일 정부가 파업 지도부 121명을 직위해제 하는 등 파업 가담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확인되면서 전국에서 산개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조원들의 불안감도 고조됐다. 철도노조 지도부로서는 '국민 불편'을 배수진 삼아 마지막 승부를 걸었지만 노조원들의 대량 희생이 눈앞에 닥치자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천환규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로터리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모여 파업 투쟁 방향과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파업 가담자 징계 불변 원칙을 밝히면서 강하게 밀어부치는 정부로부터 다양한 루트를 통해 '파업 가담자는 전원 징계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상태였다. 회의 분위기는 침통하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물러나서는 안된다.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양보해선 안된다'는 강경론도 있었지만 '노조원들의 대량 징계 사태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타협론이 세를 얻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노조의 태도 변화가 언론에 감지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밤 '참여정부의 경제비전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면서 "철도노조 파업이 오늘 저녁 마무리되는 것 같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이 때문에 이날 밤 9시20분께 철도노조 지도부가 모여있는 민주노총 주변과 건설교통부, 노동부에서는 "철도노조가 밤 10시께 '현업 복귀후 정부와 대화' 방침을 밝힐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더욱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노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래도 오늘 밤 복귀할 것 같다. 더 이상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파업 철회는 기정사실화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측은 밤 10시께 "누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파업 철회는 있을 수 없다. 파업 지도부의 회의도 철회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밤 10시40분께 철도노조측이 "1일 오전10시 '선 복귀 후 타협'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측은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게 없다.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철도노조는 계속 회의중"이라고 말해 취재기자들의 애를 태웠다. 민주노총 건물 9층 회의실에서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숙의를 거듭하던 철도노조 지도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 밤 11시40분께. 철도노조 지도부는 "1일 오전10시 전국 5개 지역본부별로 총회를 소집, '선 복귀 후 대화'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회의실을 나서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철도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철도노조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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