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80이 넘은 홀어머니의 3남1녀 중 차남으로, 형제 모두 분가해 나와 보통으로 삽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결혼한 후 함께 3년 가량 지내다가 막내아들마저 직장 때문에 따로 나가자 혼자 남아 손수 밥 짓고 빨래하며 힘들게 살고 계십니다.장남인 형이 그런 어머님을 모시지 못하겠다고 하기에 제가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 집사람이 '큰 집을 두고 왜 우리가 모시느냐'며 거부합니다. 막내며느리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합니다. 청상과부로 어렵게 아들 셋을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킨 어머니가 이렇게 내버려지니 죽고싶은 마음뿐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경기 이천 김씨
아드님으로서 참담한 심정이시겠지요. 형님도, 동생도 같은 심정이리라 짐작합니다. 사회문화변화에 따라 여기 저기 집집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 실정입니다. 50대에 계실 선생 형제분들 가운데 특별히 잘 사시는 분도 없는 터에 각기 자식들이 딸려 한참 고생이 심하신 터일 것이니, 세 며느리들의 사정도 이해가 갑니다.
네 자식이 한데 모여 어머님을 중간급 유료 실버시설로 모실 것을 의논하십시오. 경기도에는 그런 시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요즘 실버시설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그곳에는 독방, 상주하는 간호사, 영양사가 관리하는 세끼 더운밥과 좋은 반찬, 목욕세탁시설, 가벼운 운동시설, 노인상담전문인 사회복지사, 인근병원으로 매일 왕래하는 봉고차가 준비되어 있지요.
거기다가 노인들 서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로 친하게 지내며, 모임도 많고, 심지어는 남녀간 로맨스도 가끔 일어나 생동감을 줍니다. 입주자 대표 선거 때의 열기도 대단해 표몰이꾼들이 나서서 설치는 등 있을만한 재미는 다 있습니다. 그곳은 내버려진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우울한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에 시큰둥했던 노인도 얼마 있으면 오기를 잘 했다고 좋아들 합니다.
시대변화에 적응하십시오. 형제자매간에 서로를 원망하거나 규탄하지 마십시오. 형제들이 못나 그리 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어머님 성품이 특이해 세 며느리들이 어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입소 보증금과 생활비도 나누어 내시고, 매주말 돌아가면서 찾아뵈면 됩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혹 남기실 재산이나 빚이 있다면 그것 역시 나누기로 약조를 하십시오. 이왕이면 딸이 나서서 오빠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런 딸들이 아직은 많지가 않은 것이 우리 실정입니다.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