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특별검사팀이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했다고 밝힌 김영완(50)씨가 정치인은 물론, 군 장성들과 수시로 골프를 쳤던 것으로 밝혀져 1990년대 초반 무기거래사업을 중단했던 김씨가 무기거래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정치인과 군 장성들에게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2001년부터 1년여 동안 김씨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K씨는 30일 본보 기자와 만나 "김씨는 골프장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주로 정치인, 군 장성들과 만나 자주 골프도 치고 식사도 했다"고 말했다. K씨는 "김씨는 자신의 일정에 대해 일체 알려주지 않는 철저한 사람이지만, 골프장에서 대기하면서 군 장성들을 수행한 운전병들과 대화를 나누다 김씨가 그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씨는 매일 점심과 저녁을 호텔에서 먹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하얏트, 롯데, 웨스틴조선 등 서울 시내 대부분 호텔에서 군 장성이나 정치인들과 만나 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가 정치인은 물론, 군 장성들과도 친분을 꾸준히 유지해 온 것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과의 친분을 활용, 대북사업에 관여하는 한편 한번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무기거래사업을 재개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방부의 무기획득사업에 참여할 계획인 외국 무기거래업체의 국내 대행사인 A사 고위 관계자는 "김씨가 90년대초 무기거래사업을 중단한 뒤 최근 다시 무기거래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김씨와 친분이 있었던 정치인들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한 군 출신 국회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김씨의 무기거래사업 재개 의혹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K씨는 "김씨가 2001년 6월께 강원도 B골프장에서 권노갑씨와 골프를 쳤다"며 "당시 김씨와 권씨가 라운딩을 하는 사이 기다리면서 권씨 비서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소유했던 종로구 평창동 신원빌라에서 1년 반 동안 전세를 살았지만 김씨를 전혀 모른다고 부인해 온 권씨측은 "김씨와 골프를 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군 출신인 전 의원 A씨는 "유명한 무기거래상 출신인 김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 군 출신인 B의원과 친밀하게 지냈으며, 그를 통해 권씨와도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기거래업계에서 로비는 계약이 이뤄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라며 "김씨도 국민의 정부 시절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기거래업체 '삼진통상'을 운영하며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치누크헬기(CH-47)와 'ANTPQ'라는 대박격포 탐지레이더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며, 93년 율곡비리 사업 국정감사 당시 헬기도입 사업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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