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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學·硏·官 한곳에… 벤처 産室/경기테크노파크 운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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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學·硏·官 한곳에… 벤처 産室/경기테크노파크 운영 본격화

입력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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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공단의 촘촘한 굴뚝이 멀리 내다보이는 경기 안산 상록구의 신개발지. 아직 붉은 흙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5만여평의 나대지에 미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현대식 복합 건물 3개동이 들어서 있다. 언뜻 보면 '대학 캠퍼스려니'하고 지나치기 쉽지만 입간판의 문구가 시선을 끈다. "경기도 중소벤처의 보금자리, 경기테크노파크입니다"중소벤처 기업의 인큐베이터

전국 6개 지역에 산재된 테크노파크는 1997년 산업자원부가 첨단기술산업의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계획한 미니 '공단'이다. 안산에 위치한 경기테크노파크는 995억원의 예산으로 2001년 3월에 첫 삽을 떠 지난해 말 기본 시설을 완공,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곳엔 기술과 아이디어를 밑천으로 창업한 중소벤처기업들이 모여 아래 위층을 나눠 쓰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점에서는 대도시 공단에 위치한 '벤처타운'과도 비슷하지만 테크노파크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경기테크노파크 김재덕 기획팀장은 "사업 및 생산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첨단 기술 개발 및 응용을 위한 각종 제반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각종 연구 장비 및 생산 시설의 제공부터 인력, 자금, 기술의 제품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까지 '제반 환경'에 포함된다. 첨단 기술의 교육·훈련을 위한 센터도 있다.

한마디로 기술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들어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창업단계의 중소벤처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되는 것이 테크노파크의 목적 중 하나다.

산·학·연·관의 허브

경기 테크노파크는 총 40만평에 이르는 한양대학교 안산 캠퍼스에 자리했다. 젊은 아이디어와 기초 연구 인력의 보고가 지척인 곳이 여기다. 한양대 공대와 공학기술연구소, 산업경영연구소 등이 입주했고, 성균관대학교 공대, 수원대, 아주대 등이 모두 30분 거리에 있다.

반월·시화공단이 코앞이라 산업시설과의 연계도 수월하다. 현재 입주한 62개 기업들의 다수가 시화에서 이주해왔다. 테크노파크내 연구 시설에 대한 인근 공단의 활용도도 높다.

이곳 시험생산동(파일럿 플랜트) 4층에 입주한 (주)모테크베큠은 시화공단의 공장부지를 타 업체에 임대하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공단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편의시설이 통합되어 있어 좋다"는 것이 회사 사장 문성주씨의 말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진공 동력 전달장치를 주로 생산하는 이 업체가 이용하는 공간은 100여평. 시화에 있을 때보다 넓게 쓰고 있지만 돈은 오히려 덜 들어 생산비용 절감에도 덕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테크노파크의 임대료는 평당 1만9,000∼3만1,000원 수준이다.

경기테크노파크 기술고도화센터에는 산업기술시험원(KTL)의 분원이 들어와 있어 입주기업들의 편의를 더해주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은 모두 KTL의 품질 평가를 거쳐야만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KTL관계자는 "테크노파크내 입주 기업뿐만 아니라 인근 공단 기업들의 이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더이상 서울 본원까지 시간을 버려가며 오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배성열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은 "각종 첨단 기술의 산업화를 연구하는 '한국산업기술연구소'도 조만간 이곳에 분원을 낼 예정"이라며 "기업, 학교, 연구소, 정부 기관이 한데 모여있다는 것이 테크노파크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배성열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에서 첨단 기술산업 육성의 지름길을 찾았습니다."

경기테크노파크의 배성열(50·사진) 원장은 테크노파크의 정체성이 협력과 시너지(상승효과)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학과 연구소, 업체들이 따로 모여 순종(純種)단지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제자리에서 맴돌 뿐, 경제적 가치의 창출로 쉽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산업이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상황에서 산학의 연계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테크노파크가 공학부문에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부지 5만평을 빌려 건립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기대했던 수준의 협력효과를 거두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 원장은 "산학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동종 업체들간의 협력인데 아직은 경쟁의식이 더 앞선다"고 말했다. 테크노파크에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입한 각종 공동 연구 및 생산 시설이 있지만, 기술 노출을 우려한 업체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수준의 업체간 협력 체계가 이루어지려면 수년간의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제도적인 난제도 있다. 안산에 자리잡은 경기테크노파크는 '수도권개발제한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먼저 수도권내에 지을 수 있는 공장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수도권을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연구소의 유치도 쉽지 않다. 이 역시 첨단 연구시설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각종 법제 때문이다. 배 원장은 "고육지책으로 연구시설의 본체는 수도권 밖에 두고, 일부 부서나 팀이 옮겨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테크노파크가 창업보육 기관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첨단 벤처들의 중심지가 되려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출신의 배 원장은 환경공학분야의 전문가로, 테크노파크의 시작단계에서부터 참여해 5년간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정부와 지역사회의 꾸준한 투자와 관심을 역설했다. 배 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테크노파크 '리서치 트라이앵글'의 경우 20년째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 첨단 산업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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