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기암의 한국인과 결혼식을 올려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불법체류 중국동포 오춘화(31·여)씨가 강제출국 위기에 몰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배려가 없을 경우 8월말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조치에 따라 췌장암 말기인 남편 최충렬(38)씨와 생후 6개월된 딸을 남겨둔 채 중국으로 쫓겨가 생이별을 할 딱한 형편이 된 것.두 부부가 천신만고 끝에 이룬 가정을 지키는 방법은 오씨가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해 국적을 얻는 것이지만, 그마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남편 최씨가 중국 현지에 가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병세가 최악이어서 거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도록 도운 서울 구로구 조선족교회에 따르면 최근 우리 정부당국은 최씨가 중국에 가지 않고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던 당초 입장에서 선회, '원칙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것은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던 오씨와 중장비 기사 최씨는 2001년 첫눈에 반해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거에 들어가 딸 다연양을 낳았다.
그러나 결혼 몇 달 뒤 최씨가 실직하고 지난 4월 말기암의 시한부인생 판정까지 내려졌다. 이들의 딱한 소식을 접한 서울조선족교회가 도움에 나서 이들이 지난달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오씨는 일주일에 3∼4번 식당에 나가면서 남편 병수발을 하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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