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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4·끝>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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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4·끝>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조건들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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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르 프라데시(UP)주 노이다공단의 대우자동차 인도공장. 철문이 굳게 닫힌 공장 앞에는 수백명의 근로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체불임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인도 공장까지 부도가 난 탓이다. 제3자 매각협상중인 이 공장은 최근 근로자들이 집기와 기계를 가져가기 위해 난입했다가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었다.이 같은 모습은 불과 4∼5㎞ 떨어진 LG전자와 삼성전자 공장과 너무 대조적이다. 한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존재마저 없어질 상황인 반면, 다른 쪽은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는 등 연평균 40∼50%씩 고성장하고 있다.

인도에 직접 진출한 한국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트리오'가 꼽힌다. 인도 정부도 가장 모범적인 외자유치 사례로 이들을 제시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 외에는 성공사례로 예시되는 한국 기업은 거의 없다. 특히 중소기업, 인도의 방대한 내수시장을 목표로 진출한 섬유, 의약품 분야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투자금만 날린 채 국내로 철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A사는 1990년대 중반 인도의 한 주정부가 실시한 플랜트 수주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입찰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는데 아직도 입찰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A사는 입찰보증금 2,500만달러의 반환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인도 법정의 더딘 재판으로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B사는 인도의 풍부한 천연 섬유재료에 착안, 현지업체와 섬유제품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 B사는 현지업체의 비협조적이고 지지 부진한 의사결정 등으로 신규투자나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적자를 기록하다 얼마 전 현지 주재원을 전원 철수시켰다.

5년 전 전자제품 조립공장을 설립한 C사는 인도 현지의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진출했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도는 고정된 거래처에 대량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보다는 다수업체에 소규모로 공급하는 시장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회사는 마케팅 및 대금관리에 많은 인력과 시간소요로 경영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들은 "인도 시장이 중국에 이은 신흥 거대시장으로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경영 여건은 아직도 중국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새로 인도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정확히 분석,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인도의 역사와 정치체제,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제국주의 침략 경험과 방대한 내수시장 등으로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이 국내 산업 보호에 맞추어져 외국기업에 대한 행정규제가 복잡한 편이다. 게다가 복잡한 행정체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상이한 정책과 법체계,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 상술' 등도 외국 기업들의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A기업의 예에서 보았듯이 주정부의 입찰 프로젝트에서도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인도의 최대 항구도시인 뭄바이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는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각종 법규와 시장성장 가능성, 같은 분야의 인도 국내 기업의 현황, 과실송금 보장규정 등 각종 사항을 미리 꼼꼼히 따져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KOTRA 등 정부 기관들의 협조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진출형태는 현지업체와의 합작보다는 비록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업 경영 문제를 고려할 경우 단독투자가 유리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뉴델리·뭄바이=권혁범기자hbkwon@hk.co.kr

● 강석갑 KOTRA 뉴델리 무역관장

"아직 기업진출 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시장이 성숙되기 전에 들어와야 과실을 챙길 수 있습니다"

KOTRA 뉴델리 무역관 강석갑(55·사진)관장은 "인도는 지상에 남은 마지막 대형시장"이라며 "아직 중국만큼은 안되지만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꾸준한 속도로 경제개혁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경우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한국의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3사를 예로 들면서 "다른 나라 기업들이 들어오고 난 뒤 진출하는 것은 때가 늦다"며 "초기 투자비용이 더 들더라도 미리 투자, 인도의 소득계층이 늘어날 때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 기업들과 정부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적극 진출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 관장은 설명했다. 인도 기업들은 생활활용기술과 자동차부품 기술 등을 목 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출 형태에 대해서는 "위험성이 높은 합작보다는 기술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했다.

강 관장은 "최근 일본과 미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의 철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무역관은 지난해 외환위기 후 해체됐던 지상사협의회를 다시 부활, 인도 주요기업의 CEO들과의 모임을 주선하고, 애로사항에 대해 공동 대처하고 있다. 강 관장은 "일본 기업들이 똘똘 뭉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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