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KBS의 적나라한 자기 비판에 정말 놀랐다." "정연주 신임 사장의 손에 이끌려 '반 강제'로 쓰여진 '반성문'이 아닌지 의심된다."KBS가 28일 첫 방영한 매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1TV 토 오후 9시30분) 첫 회에서 KBS의 부끄러운 과거를 짚고 반성한 것을 두고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KBS가 1998년 한차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온 과거를 반성하고 공영방송의 본분을 지키겠다고 천명한 이후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자아 비판했다.
99년 7월 당초 녹화 중계할 예정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 수상식을 생중계하는 등 정권 홍보에 앞장서고, 2000년 8월 '추적 60분'의 '국방군사연구소는 왜 갑자기 해체되었나' 편의 불방 등 외압에 밀려 방송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방송을 지켜본 대다수 시청자들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려는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과연 이런 변화가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의례적으로 해온 '일회성 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한 시청자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진정한 개혁이라면 KBS의 전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물이 어야 하는데 몇몇 고위 간부와 PD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면 사장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과거를 반성한다면서 이미 KBS를 떠났거나 요직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려 결과적으로 정연주 사장 체제의 간부진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KBS 사내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시청자의 지적처럼 일선 기자나 PD들의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몇몇 사람들이 '의무감'만 앞세워 내놓은 '자아비판'이 과연 새 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포커스'팀의 김양수 부주간은 "이제 첫 출발이라 미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 "앞으로 매체간 상호 비평은 물론, 냉철한 자아 비판을 지속해 바람직한 언론 윤리의 틀을 세우고 이번 반성이 면피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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