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화 몇 통을 받았습니다. 요즘 한강 둔치 공원에서 네잎 클로버가 무수히 많이 발견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주 드물어야 할 네잎 클로버가 많이 보이는 것이 이상하며 환경오염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네잎 클로버는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세 장의 잎이어야 하는데 드물게 네장으로 나타납니다.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물론 환경오염도 그 하나이지만, 자연적인 변이도 적지 않습니다. 변이는 좋게도, 나쁘게도 인식됩니다. 예를 들어 값비 싸고 아름다운 꽃의 품종을 만드는 원예 육종가들은 바로 이 돌연변이에서 특별한 것을 골라내는 일을 합니다.
자연 속에서도 이 돌연변이는 식물의 진화를 유도합니다. 자연 속에서 무수히 많은 변이가 있고, 우연히 만들어진 변이가 새로운 환경이나 또는 수분매개 곤충과의 관계에 적응하면서 열매 정착에 유리한 구조와 기능을 만들고 이에 따라 식물계(물론 자연계도 마찬가지입니다)가 아주 조금씩 변화합니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행운으로 인식한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많은 이들은 나폴레옹이 네잎 클로버를 보고 신기하게 여겨 허리를 굽히는 순간, 총알이 비껴갔다는 일화를 유래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네잎 클로버와 행운과의 관계는 기원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네잎 클로버를 가져 행운을 가장 많이 맛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한 교도소에 갇혀 있던 죄수였습니다. 그는 5개월 동안 교도소 마당에서 1만3,000여개의 네잎 클로버를 찾아냈으며, 심지어 일곱 잎 클로버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요즘 네잎 클로버가 많아진 원인을 찾는데 너무 조급히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금 폭 넓게 보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행운을 얻고 싶은 사람이 많다 보니,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는 일부러 10만분의 1의 확률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네잎을 만들고 특허를 내어 팔기도 합니다. 이를 만들 수 없는 여건인 곳에서는 감쪽같이 네잎 클로버로 모양을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사실 클로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풀입니다. 목초(牧草)로 들어온 귀화(歸化)식물이지요. 더러 작은 잎 하나하나가 오목하게 들어간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괭이밥'이라는 식물이며, 실제로 정말 네잎으로 이루어진 '네가래'라는 식물도 우리나라 물가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정말 식물의 잎으로라도 행운을 얻고 싶다면 네가래 잎이라도 건네 주지요.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 싶어서 말입니다.
저는 이 작은 소란이 부디 네잎 클로버가 어떤 특별한 환경적인 변화가 아니라, 주변에 풀 속을 들려다 보면 살아가는 초록빛 여유가 조금씩 생겨났기 때문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일 회색의 도시에서, 시계처럼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주변의 작은 풀잎 하나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연다면, 네잎 클로버가 주는 작은 행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과 더불어 느끼는 새로운 세상을 찾는 큰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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