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눈에는 국세청의 행보가 영 거슬린다. 선관위의 고유업무로 현재 내부 검토중인 '공직 입후보자의 납세실적, 선거벽보 기재 방안'이 뜬금없이 이용섭 국세청장의 입에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이 청장은 25, 27일 각각 세무사회,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성실납세자가 우대받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청장의 뜻이야 좋지만 우리와 의견 교환도 않고 제 아이디어인 양 치장하는 것은 월권이자 쇼"라고 쏘아붙였다.
다른 부처의 심기를 건드린 이 청장의 설화(舌禍)는 이 것뿐 아니다. 16일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출석, 민주당 구종태 의원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부동산 단기매매 차익에 대해 고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접대비 비용 불인정 및 고액 금융거래의 국세청 통보 논쟁에서는 "법인세법을 고쳐서 접대문화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징세기관인 국세청이 재정경제부가 담당하는 세제를 손보겠다는 발상이다.
이 청장의 '앞서가는' 사고는 개혁성향을 돋보이게 해 본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할지는 모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청장의 월권 발언으로 속이 뒤틀린 타 부처로부터 "체납 세금이나 제대로 거둬라"는 핀잔에서부터 업무 비협조까지 갖가지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국세청은 밖으로 눈을 돌리기에 앞서 내부 개혁에 몰두해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 청장은 서울과 중부, 대구 등 지방청의 간부들이 뇌물을 받은 대가로 세무조사를 무마해줘 국세청의 개혁의지를 무색케한 일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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