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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 32세 지점장의 "행복 일터" 가꾸기/ 송창민 올림픽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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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 32세 지점장의 "행복 일터" 가꾸기/ 송창민 올림픽지점장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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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어떻게 지냈어요?"씨티은행 올림픽지점의 월요일 오전 정기 미팅은 갓 서른을 넘긴 총각, 송창민(32) 지점장의 주말 안부 인사로 시작된다. 미팅의 안건은 송 지점장이 지목한 직원의 '주말나기 노하우'.

23일 오전 미팅에서는 지점의 막내 김지인(24·여)씨가 하릴없이 집에서 시간을 때운 일이 회의 주제로 채택됐다. "애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소개팅을 주선하자" "미사리에 근사한 라이브카페가 있는데 다음주에 같이 가보자" 등의 의견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넘치는 의욕을 주체하지 못해 일에 바로 덤비는 직장인은 많지 않잖아요. 월요일 오전 미팅은 주말과 평일의 가교가 돼야 합니다. 이때 말고도 회의는 널려 있습니다." '행복한 직장'을 지점 모토로 내건 송 지점장의 '회의론'이다.

총각 지점장, 40대 '형님' 부하직원, 미혼 여행원

고객과의 점심 약속이 없는 올림픽지점의 직원들은 반드시 지점장과 근처의 유명한 맛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역시 대화 주제는 '먹기와 놀기'.

김지인씨는 "송 지점장의 저력은 식당에서 여실히 드러난다"며 "적잖은 자취경력에서 나온 요리비법부터 3년간 공부한 와인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먹거리론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지점의 주타깃인 송파구 방이동 일대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이다 보니 점심이나 회식 때 듣고 배운 고급요리 상식들은 고스란히 영업 밑천이 된다.

제주 출신으로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송 지점장은 학벌과 지연, 혈연을 뛰어넘고, 창의성을 평가받아 이 자리에 오른 만큼 올림픽지점 식구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모델'이다.

이윤구(40)씨는 "씨티은행으로 직장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낯설지만 송 지점장이 사석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줘 적응하기 편하다"며 "나이를 떠나 성과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도전심과 긴장감이 함께 솟는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회의 진행에 가벼운 충격을 받은 올림픽지점 직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주말 시스템점검이 있던 5월말, 반바지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송 지점장의 은행원답지 않은 패션에 또 한번 놀랐다.

송 지점장이 '엄마'라는 '직함'을 붙여준 지점 맏언니 박선희(30) 차장은 "이제는 송 지점장이 힐리스(뒷굽에 바퀴가 달린 운동화)를 신고 지점을 누벼도 돌아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너무 일에만 매달리다가 장가를 못 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열린 지점, 행복한 고객과 은행원

올림픽지점에 앉아 있자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직원들이 노크도 없이 큰소리로 "지점장님"이라고 부르며 지점장실로 들어간다. 고객과 상담이 없으면 항상 지점장실 문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송 지점장도 부하직원을 찾을 때 앉은 채로 이름을 부르거나, 거리 관계상 이조차 어려우면 아예 걸어 나간다. 결재도 보통 부하직원들 자리로 직접 가서 한다.

"올림픽지점을 씨티은행 12개 지점 중 가장 행복한 일터로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이 활기차게 일하고, 즐거움을 느끼면 고객들도 은행을 '놀러오는 곳'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이 지역 고객의 취향에 맞춰 골프 아카데미, 폭스바겐 시승 등 눈높이 마케팅도 펼치고 있습니다."

송 지점장은 소비자금융부서의 VIP뱅킹 업무를 담당하면서 3년 내내 영업실적 3위 안에 들었고, 기업금융 매니저로 일할 때엔 미국 본사차원에서 수행한 '기업현금흐름 매니지먼트 프로젝트'에서 아시아 1위, 세계 3위의 성적을 내는 등 숱한 기록을 쏟아냈다. 5월 1일부로 입행 6년 4개월만에 올림픽지점장으로 발령된 그가 이번엔 어떤 신기록을 제조해낼지, 씨티은행 본사도 이목을 모으고 있다.

"직원과 고객 모두 올림픽지점에서 일하고, 거래하는 것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럼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가지 않겠어요."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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