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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마비 온다고 다 중풍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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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마비 온다고 다 중풍은 아니에요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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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 중역인 54세 A씨가 정신과에 입원했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던 그는 3년 전 처음 골프 스윙이 예전같지 않은 것을 느꼈고 점차 오른손에 힘이 빠져 비서를 시켜 글을 쓸 정도가 됐다. 표정이 침울하고 자세가 구부정해지자 가족들은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며 건강식품을 챙겨주었다.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서는 혈액순환에 좋다는 한약을 몇 재 먹었다. 자기공명영상(MRI)도 찍었지만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옷 입는데 2∼3배 시간이 걸리고, 앉고 서기도 힘들 정도로 움직임은 둔해졌고, 주위에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의식하면서 A씨는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렸다. 신경과에서 내린 그의 병명은 파킨슨병.손을 떨거나, 잘 못 걷거나, 신체 일부가 마비됐다면 어떤 병일까? 무조건 '중풍'으로만 여기기 십상이지만 이 증상은 사실 몇 가지 다른 질병을 뜻한다. 그런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해 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손만 떨 뿐 심각하지 않은 수전증을 놓고 파킨슨병으로 걱정하는 사람, 약이나 수술로 웬만큼 정상생활이 가능한 파킨슨병 환자가 치매 약을 먹고 있는 경우, 단순히 얼굴만 마비됐는데 뇌졸중으로 여기는 경우 등이 적지 않다. 질병에 따라 정상생활에 가깝게 관리가 가능하기도 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 마비

손이나 발에 갑자기 힘이 없어지는 마비는 뇌졸중의 가장 흔한 증세다. 같은 쪽 팔 다리가 함께 마비되고 감각도 없는 반신 마비가 흔하다. 그러나 떨리지는 않는다. 얼굴도 한쪽이 일그러지곤 하는데 팔다리의 마비 없이 얼굴만 마비됐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마비까진 아니어도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자꾸 한쪽으로 넘어질 수 있다. 또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사고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정신이 아득해지고, 앞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흔하다. 특히 전혀 의식이 없다면 매우 심각한 상태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진 것(뇌출혈)으로, 수시간∼수일만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반신마비가 보이면 가능한 한 빨리 큰 병원의 응급실로 옮겨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가볍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 등을 통해 정확한 뇌졸중의 위치와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

마비가 오면서 두통이 심함

반신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보행장애 등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면서 두통이 함께 있다면 뇌종양을 의심해야 한다. 뇌졸중은 갑작스레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뇌종양은 암의 성장에 따라 서서히 악화한다. 암이 아니라 염증으로 인한 세포덩어리(뇌농양)가 생겨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CT나 MRI를 찍으면 뇌종양, 뇌농양, 뇌졸중을 구분할 수 있다.

손발을 떨며 잘 걷지 못함

한쪽 손을 떨고, 자세가 앞으로 쏟아질 듯 구부정하며, 종종걸음을 치듯 걷기가 힘들다면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가만히 있을 때 떨리고 움직일 땐 떨림이 준다. 얼굴 근육도 둔해져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파킨슨병은 뇌 영상 같은 확진 방법이 없고 전문의가 증상을 보고 진단을 내려야 한다.

수년에 걸쳐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게 된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은 유지하면서 평균수명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조기 진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떨림이 매우 심하거나 약에 대한 반응이 불규칙할 경우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손은 떨리지만 잘 걸음

흔히 파킨슨병으로 오인하는 수전증(본태성 진전증)은 손이나 고개만 떨 뿐 걷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파킨슨병과 달리 가만히 있을 때보다 물건을 잡을 때 더 많이 떨린다. 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라면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

움직임은 정상이나 기억·판단력 감퇴

치매란 뇌의 인지기능이 손상돼 기억력이 떨어지고, 늘 하던 일도 못할 정도로 이해·판단력이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운동기능은 정상이라 넘어지거나 떠는 증상은 없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뇌혈관의 손상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전체 치매의 80%를 차지한다. 뇌졸중이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 혈관성 치매가 갑자기 생긴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 작은 혈관이 여러 번 막히는 다발성 뇌경색으로 인해 서서히 치매가 된다. 특히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당뇨병이 있는 경우 다발성 뇌경색 가능성이 있다. 또 신체적 장애도 함께 생길 수 있다.

치매는 원인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뇌를 많이 쓰도록 함으로써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서울대병원 전범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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