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산별노조 전환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하투(夏鬪)의 태풍의 눈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사상 최저 찬성률로 가결된 데 이어 28일 산별 전환 투표마저 찬성률 62%로 부결(가결 정족수는 투표자의 3분의2)되자 현대차 경영진은 안도했다. 또한 국내 최대 단위노조인 현대차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던 다른 대규모 사업장의 노사분규도 투쟁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노-노갈등이 발목잡아
현대차 노조의 산별전환 투표부결은 무엇보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노동계 전체의 협상력 강화'라는 대의보다 현실적 이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조 집행부가 산별노조로 전환을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현대차와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이득에 대해선 설명이 부족해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또 노조 내 다양한 분파간의 노선 갈등도 조합원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요인이다. 실제로 투표기간 내내 "노조간부들이 투표행위를 감시하는 공개투표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난의 글이 노조 홈페이지에 빗발치는 등 '노-노갈등' 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별 기업노조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이 추진하는 거시적인 정책에 무관심한 추세"라며 "노조의 중심축이 30대에서 40대로 이동하면서 임금 및 복지혜택, 작업환경 개선 등 실질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단협 조기 타결가능성 높아져
노조는 투표가 부결된 후 제2차 중앙쟁위대책위원회를 갖고 내주에도 공장 및 지부별 순환파업에 들어가는 등 부분파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파업 및 산별전환 찬반투표에서 잇따라 세 결속에 실패한 노조 집행부로서는 향후 협상과 파업진행을 위한 힘이 약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난 13일 결렬됐던 임단협을 17일만인 7월1일 재개할 예정이어서, 올해 임단협은 노사 양쪽이 실리와 명분을 챙기는 수준에서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이번 투표결과로 인해 집행부가 오히려 투쟁수위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입지가 약화된 지도부로서는 연말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명성 부각에 집착, 파업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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