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길거리에서 외제차를 참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벤츠 BMW 볼보 아우디 등 전통적인 유럽차의 최신 모델이 눈길을 끈다. 값이 꽤 나갈 이런 차종을 타는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유해졌고 따라서 명차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길을 가득 메우고 달리는 것은 비교적 값싸고 대중적인 국산 자동차이다. 이러한 배합은 한국자동차 산업의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이런 호시절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만든 소형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한국에 진출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자동차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우리사회의 서민들은 가격이 싼 자동차를 하나 둘 사게 되어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미국이 지난세기 후반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에 시장점유율을 계속 내놓았던 현상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산자동차 메이커는 유럽과 일본 자동차와의 품질경쟁을, 중국 자동차와의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지 모른다. 비록 한국브랜드의 자동차가 수입되어도 그 차를 만든 노동자는 중국인이 될 것이다.
■ 얼마 전 중국 정부의 한 연구소에서 내놓은 통계가 있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이 600만대로 한국을 앞질렀고, 자동차 보유대수가 1,800만대에 이르렀다. 또 2010년까지 중국은 1억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고속도로는 미국 다음으로 길다. 자동차 소비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일단 청신호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자동차 메이커는 대부분 선진국 회사와 합작하고 있다. 선진기술과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할 때 그 가격경쟁력이 유리할 것은 당연하다.
■ 자동차산업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그 연관효과와 고용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크다. 그래서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도 외국 자동차회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하나가 되어 로비를 벌이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내수 및 수출부진과 노사분쟁으로 불안한 상황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목적은 노동자의 소득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확보하려면, 자동차 산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해야 한다. 공존의 지혜를 찾지 않으면 중국 노동자가 한국노동자의 일자리를 가져갈지 모른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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