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개성·금강산 개발 및 기업창설규정을 발표한 것은 핵 문제로 뒷전에 밀린 경제 개혁·개방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핵 위기로 북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북한이 개성·금강산 지구에 대한 구체적 개발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은 북한 경제 사정이 그만큼 악화 일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북한은 사실 지난 해 7·1 경제관리개선조치에 큰 희망을 걸었다. 노동 인센티브제 도입, 배급제 철폐 및 생산품 가격 현실화 등 '혁명적' 조치를 신의주 행정특구 구상 등과 연계해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1월에는 개성·금강산지구 관련법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핵 개발 시인 파문에 이어 핵 동결 조치 해제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등으로 오히려 대북 투자는 사실상 동결되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경수로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는 등 미국 주도의 제재 움직임까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두 지구 개발 등 규정을 28일 동시에 발표한 것은 일단 개성공단이 30일 착공식을 갖고 1단계 조성 공사에 들어가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지구 개발 계획이 내부적으로는 이미 4, 5월에 채택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 발표 시기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 양보하기 위한 신호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확대 다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투자 유치는 커녕 당장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지구 개발·기업창설 규정은 한국을 포함한 대외 자본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개성지구는 건설, 운수, 체신, 과학기술, 금융 등 '종합' 공업지구 육성을 겨냥하고, 금강산지구는 관광과 첨단과학기술산업 등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차이점만 있다. 또 두 지구 모두 남북합의서에 따른 개발업자 선정을 명문화, 현대와 토지공사의 독점 지위를 보장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개발을 개발업자 등에 떠맡긴 점은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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