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 파업에 대해 예전에 볼 수 없던 강경책을 잇따라 동원하고 있다. 철도 파업사태에 대해선 상황 규정부터가 지금까지의 대처방식과 궤를 달리 한다. 정부는 29일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철도 파업은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동"이라고 단정했다. 정부가 28일 처음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한 데 이어, 이날 밤 10시까지 업무에 복귀토록 최후 통첩성 시한을 제시한 점 등은 지난번 조흥은행 파업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청와대와 정부가 구체화하고 있는 강경 기조의 배경에는 노조의 파업 의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정부 길 들이기식' '본때 보여주기식' 파업 행태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노 대통령은 27일에는 "정권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목표로 하는 파업이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정부는 철도 파업을 정권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판단, 쐐기를 박기 위해 경고성 강경책을 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정치적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노동계도 여기에 맞서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 정부의 방침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지난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보여준 실용주의적 정책 기조가 강경 대응 방침에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노 대통령을 예방한 스티븐 포브스 미 '포브스(Forbes)'지(誌) 사주 등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우리의 노동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우리 경제의 위기탈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여전히 노 대통령을 '친(親) 노조'성향으로 보는 국내외의 인식을 불식시킬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 같은 배경을 종합하면 청와대와 정부가 전체적으로는 '경제 살리기'라는 큰 목표에 따라 파업 대응 수위의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단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 에 대해선 논란이 뒤따른다. 정부는 29일 대책 회의에서도 강경 대응 방침과 함께 '대화와 타협''사안에 따른 유연한 대처'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또 노 대통령 스스로가 최근 일련의 파업 사태가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노사문화 마련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했고, 청와대가 별도로 올해 말 '노사 대타협 방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번 강경 기조는 단기적 처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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