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분규로 연일 나라가 소란한 요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경쟁력이 인구 2,000만명 이상 주요 국가 30개국 중 최하위라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중에도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고, 알토란 같은 회사로 성장시킨 수 많은 사례들이 있다. 이들 노사관계 모범기업의 무분규 비결을 살펴보면 "사측은 투명경영 속에 종업원을 배려하고, 노조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회사 발전에 헌신한다"는 교과서적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투명경영이 무분규 첫걸음
무분규 기업들은 예외 없이 회사의 주요 경영정보를 노조를 비롯한 전 직원과 공유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연간 노사 교섭일수가 110일에 이를 정도로 노사간의 대치가 심했던 동부제강이 95년부터 9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게 된 계기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며 투명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이 회사 노조간부는 "경영설명회를 통해 직원들은 노사의 이익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3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중인 한국후지제록스도 분기마다 회사 재무제표, 경영실적 등을 비디오로 제작해 전직원들에게 공개한다. 또 해태제과와 신라호텔도 전 직원 앞에서 사장이 직접 회사 경영설명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아예 임원회의를 노조 관계자에 개방하고 있다.
한발씩 양보하면 더 큰 이익
대한통운은 1998년 모기업 동아건설 지급보증으로 부도와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노사가 합심해 1년만에 경영을 정상화해 99년 이후 매년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98년 당시 회사는 인력 자연감소와 저수익 사업 폐지를 통해 감원을 최소화 했고, 노조는 상여금과 복지금 일부 반납은 물론 전 임직원이 힘을 합쳐 70억원의 사재를 금융권에 담보로 제시하기도 했다. 곽영욱 사장은 "법정관리라는 어려움을 함께 겪으면서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노사협력이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목재전문기업 이건산업의 경영진은 지난달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도 전에 먼저 9.3% 인상을 제시했고, 노조는 회사안을 그대로 수용했으며, 오히려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노조대의원 대회 경비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건산업이 75년 설립 후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일어나지 않은 배경을 알수 있게 해주는 좋은 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격월로 개최되는 노사협의회에는 노조대의원 전원과 최고경영자가 참석해 자유토론 방식으로 경영전반에 대해 토론한다"며 "노사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통로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초기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무분규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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