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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바이오안전성의정서\\' 국제협약 9월 발효/GM식품 식탁에 널렸는데 美눈치보며 비준 차일피일

입력
200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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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생물체는 우리의 환경과 식탁을 오염시켜 국민 건강에 치명적 위험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 국가간 유전자변형생물체 이동을 규제하는 바이오안전성의정서가 체결돼 9월11일 발효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비준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무하다시피 한 유전자변형생물체 규제제도를 마련하는 일도,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수준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도 지지부진하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으로 인한 위험성을 사전예방할 목적으로 제정된 국제협약인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13일 50개 국가가 비준함에 따라 9월11일 국제협약으로서의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법령조차 완비되지 않은 상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유전자조작식품(GM FOOD)의 수입국인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의정서 비준 미루는 이유는

환경운동연합은 50개국이 바이오안전성의정서를 비준한 직후인 17일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유전자조작(GM)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눈치만을 보면서 의정서의 국회상정을 미루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해 GM FOOD를 거부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전세계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면적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최대 수출국으로 이들 제품을 규제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이 분야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사용하고 있어 정부가 비준조차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내의 GM FOOD 표시제에 대해서도 완화조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2001년 3월28일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의 이행을 목적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하고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못했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평가기준이 자칫 무역장벽이 될 수 있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법령을 마련하는 대로 내년 5월 이전까지 의정서의 국회비준을 마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입사료 가운데 상당수가 GM FOOD를 이용한 것이어서 위해성 기준을 엄격히 할 경우 자칫 사료파동이 올 수 있는 등 딜레마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생물체 정보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센터 관계자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위험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바이오안전성의정서가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조속한 국회비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기술도 미약

법적 체계의 미비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내 유입에 대한 위해성 심사나 평가기술의 발전도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이달초 발간한 바이오안전성 백서에 따르면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위해성 평가 및 심사에 관한 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10∼20%에 불과하다. 또한 전문인력도 거의 없어 지금부터 양성한다 해도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우리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은 더더욱 부족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환경연구원에 환경위해성 심사단이 구성돼 있으나 초보적 수준"이라며 "국내환경분야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환경위해성을 심사·평가할 수 있는 역량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실토했다.

또 최근 선진국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는 유전자변형 수산물의 경우 미국 모 기업에 의해 개발된 속성 성장 유전자를 가진 연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데도 국내에서 위해성 심사에 대한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단 1명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김봉섭 박사는 "유전자변형 수산물은 아직 현안으로 대두되지 않은 문제라서 예산이나 인력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변형 수산물이 단기간내 상품화되지는 않을 것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의 부속합의서인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1999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특별회의에서 초안이 제출됐지만, 미국 캐나다 등의 반대로 연기되다 2000년 1월에 캐나다 몬트리올 회의에서 정식 채택됐다. 50번째 국가가 비준서를 기탁하면 90일 후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태평양 도서국가인 팔라우가 14일 비준서를 기탁함에 따라 9월 11일부터 의정서가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회 비준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수출국은 유전자변형 제품의 성분 목록을 수입국에 제공해야하며, 수입국은 각국의 심사기준에 따라 수입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의정서는 과학적 지식이나 정보부족으로 인해 과학적 확실성이 없는 경우에도 수입국이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사전예방원칙'을 담고 있다. 수입국이 과학적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거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자유로운 국제 교역을 보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적지 않는 논란과 마찰이 예상된다. 주 수출국인 미국은 사전예방원칙이 과학에 기초한 결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WTO 의무에 반대되는 결정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들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보를 요구할테지만 미국은 수입국에 인체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 적절한 심사기준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 유전자변형생물체 현황

유전자변형생물체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내 소기관에 직접 주입하는 등 현대 생명공학기술로 만들어낸 생물체를 뜻한다. 유전자조작식품(GM FOOD)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변형 식물과 동물, 미생물까지 총칭한다. 일반적으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불리지만, 바이오안전성의정서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명칭은 LMO(Living Modified Organism)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1980년대 연구가 본격화해 94년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상품화된 이후 17개 작물에서 76개 품목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재배면적은 미국이 3,900만㏊로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22%) 캐나다(6%) 중국(4%) 등을 합쳐 5,870만㏊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연구실 차원에서 유전자재조합 작물을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정식 품종으로 등록된 경우는 아직 없다. 91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현재 약 35개 작물, 111개 품목이 연구개발 중에 있는 상태다.

국내 수입현황을 보면, GM FOOD 표시제가 시행된 2001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들어온 수입농산물 및 가공식품 300만톤의 절반가량인 140만톤이 GM FOOD였다. 그러나 수입된 콩 옥수수는 대부분 식용유 사료 등으로 가공·유통되면서 함유비율이 3% 미만으로 줄어 실제로 시중에서 표시를 단 제품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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