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영완씨 집 100억원대 강도사건 비선 수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으나 풀리지 않은 의문점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우선 가장 큰 의문점은 당시 이대길 서울경찰청장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김윤철 서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안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느냐 하는 점이다. 정식 지휘라인을 통해 보고가 되지 않은 사건을 서울청장이 알았다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사 보안을 요구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감찰조사결과 이 전 청장은 서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쪽(청와대)과 관련된 일이니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수사를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청와대측의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경찰 주변에선 이 전 청장이 당시 청와대 정책특보였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강도사건 피해자인 김씨와 박 전 실장이 서로 돈세탁을 부탁할 만큼 돈독한 사이였다. 더욱이 박 전 실장은 이 전 청장이 서울청장에 오르기까지 배경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 점 등으로 볼 때 김씨의 부탁을 받은 박 전 실장이 이 전 청장에게 지시했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올 초 퇴직한 이 전 청장은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며 감찰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던 박종이 경감(당시 경위)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박 전 실장의 신임을 받으며 경찰 내 실세로 통했던 박 경감이 김씨의 부탁을 받고 이승재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은 물론, 이 전 청장에게도 부탁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 경감이 이 전 국장에게 수사팀 추천과 보안 수사를 요구할 때 박 전 실장의 부탁임을 밝혔는지 여부도 의문으로 남는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할지라도 초급 간부의 부탁을 받고 이 전 국장이 비선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이팔호 당시 경찰청장이 이 같은 비선수사 사실을 몰랐느냐는 부분도 의문점이다. 참모인 수사국장은 물론 서울청장까지 별도로 보안을 요구할 만큼 중요한 수사인데도 상부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조직 속성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팔호 전 청장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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