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7일 발표한 '5월중 산업활동 동향'은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2·4분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히려 이 같은 경기하강 추세가 몇 개월만 지속되면 우리 경제가 수습 불가능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실물경기 총체적 위기
소비와 투자 부진에 이어 생산까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실물경기가 급격히 활력을 잃고 있다. 내수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과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특히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본격적인 불황기 진입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제조업 재고율이 5개월 연속 증가하는 반면, 가동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등 투자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역시 전월대비 1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위축되는 '2·4분기 바닥론'
아직은 '2.4분기 바닥론'이 우세하지만, 하반기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U자형 회복은 커녕 L자형 장기 침체를 걱정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파업이 줄을 잇는데다 세계 경기회복의 불투명, 추경예산안 통과 지연 등으로 경기회복을 쉽사리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 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고, 정부와 한국은행도 3%대로 성장률 목표를 수정할 움직임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성장률이나 경기지표로만 보면 2분기를 저점으로 차츰 회복되겠지만, 2분기 경기악화는 사스, 화물대란,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 특수 요인 탓이어서 진정한 경기 저점이나 바닥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카드채 문제와 하투(夏鬪) 때문에 하반기에 내수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경기하강 국면은 지속될 것이고, 이 경우 L자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정부
정부는 추경예산 등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활성화를 적극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제 2차 추경편성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획기적인 투자 촉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중수 원장 등 연구기관장들도 최근 "경기하강의 폭이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추경 이외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운용을 강구해 경기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진표 부총리에게 건의했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도 삼성전자 화성공장 증설 허용과 자동차 특소세 인하 등을 긍정 검토하는 분위기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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