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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 종교 둘러보기

입력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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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지음 현암사 발행·1만 5,000원2001년 기독교를 뒤집어본 책 '예수는 없다'로 화제를 모았던 종교학자 오강남(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과 교수)씨가 세계의 종교를 나란히 살피면서 깊이있게 들여다본 책 '세계 종교 둘러보기'를 냈다.

세계 종교를 두루 소개하는 입문서는 여럿 있지만, 이 책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핵심만 추려 짚어주는 안목이 뛰어난데다 배타적 종교관에서 벗어나 종교간 대화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한 발 앞서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종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유대교, 도교, 신도, 조로아스터교, 유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동학 등 12 가지이다. 각 종교의 창시 배경, 주요 경전, 핵심적인 가르침과 오늘날의 모습을 조목조목 살피고, 각 종교가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고찰한다.

지은이는 각 종교의 변천사를 찬찬히 설명하면서, 어느 종교도 순수하거나 유일하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예컨대, 그리스도교의 본향은 예루살렘이지만 신학적 기둥은 그리스 철학에 박고 있다. 힌두교는 인더스 문명과 아리안 문명의 혼융으로 태어났고, 그 줄기에서 자이나교와 시크교가 뻗어나왔다. 신앙의 강은 "살아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하고 갈라지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말라 버리기도 하고 어느 곳에 물을 대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특정 종교의 우월성을 부인하면서 진리는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힌두교 지도자 라마크리슈나는 말했다. "산꼭대기는 하나이지만 그리고 올라가는 길은 여럿이다."

세계 종교를 종횡으로 가로지른 끝에 지은이는 세계 종교의 현재 모습에 비추어 새 시대의 종교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또, 세계 종교에서 공통으로 가르치는 사랑, 자비, 어짊의 이상을 실현하자고 강조한다.

9·11 테러 이후 더욱 거칠어진 세계와 종교 근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종교간 대화와 관용의 정신을 거듭 촉구한다. 지은이의 결론은 신학자 한스 큉의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된다. "종교간 대화 없이 종교간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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