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요즘 재벌 2세들과 총수 일가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과 내부 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삼성을 비롯해 LG, 현대자동차, 한화, CJ(주), 대림, 두산 그룹 등 국내 10대 그룹의 오너는 물론, 구조조정본부와 홍보·비서실 고위 간부들의 관심도 온통 이 문제에 쏠려 있다.이재현(43) CJ(주) 회장이 26일 삼성 에버랜드 주식 보유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하루도 안돼 서둘러 전량 반환 조치한 것도 이런 재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조금이라도 잘 못 처신하면 실형이 선고된 최태원 SK(주) 회장의 뒤를 이어 여론의 뭇매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편법 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들은 모두 '글로벌 경영'을 외쳐왔던 국내 대표 기업들이다. 이들 그룹의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은 '경직된 정부 정책과 과격한 노동운동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 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재벌 오너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부를 편법 대물림 하는 구시대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주 적은 지분으로 2세들에게 경영권을 편법 세습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주주에게 부당 이득을 전가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재벌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만연한 풍토에서 기업의 세계화·선진화는 요원하다. 노동계에 대한 그들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건전하고 투명한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재벌 오너들이 변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교훈을 재계는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송영웅 경제부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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