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50억원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씨 집 100억대 강도사건 비선(秘線) 수사 과정에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측근인 박종이 경감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강도사건 은폐과정에 박 전 실장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 전 실장이 받은 비자금 150억원과 김씨가 도난 당한 100억여원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27일 경찰 감찰결과에 따르면 박 경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2000년 3월31일과 7월6일 1, 2차 김씨 집 강탈사건 발생 직후 경찰청 이승재 수사국장(현 경기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대길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직접 만나 '극비 보안수사'를 요청하거나 독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경감은 박 전 실장을 야당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등 친분이 두터워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사직동팀에 발탁되는 등 박 전 실장의 경찰내 측근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박 전 실장과 김영완씨, 박 경감 3자간 관계로 볼 때 사건 은폐에 박 전 실장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박 전 실장과 김씨는 왜 강도사건을 숨기려 했을까. 정상적인 경우라면 김씨는 1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회수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박 전 실장에게 철저한 수사를 부탁했어야 맞다. 그러나 김씨는 빼앗긴 돈을 되찾기 보다는 사건 노출을 막는데 더 신경을 썼다. 도난 당한 100억원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될 '검은 돈'이었을 가능성과 함께 박 전 실장과의 연관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검 수사결과 김씨는 박 전 실장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짜리 CD 150매를 현금화했다. 박 전 실장은 부인했지만 특검팀은 김씨를 박 전 실장의 '자금관리인'으로 보았다. 김씨가 관리한 가·차명 계좌 추적을 통해 150억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던 중 수사는 중단됐다. 특검팀이 파악한 150억원 CD 현금화 완료시점은 2000년 7월26일. 김씨 집 강도사건은 지난해 3월31일이다. 특검팀은 그러나 150억원이 현금화한 이후 어떻게 관리되고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도난 당한 100억원이 비자금 150억원의 일부라는 증거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소요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정치자금의 특성, 정치자금을 집행할 때 자금추적이 가능한 은행계좌에서 인출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김씨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150억원을 직접 보관했을 개연성도 있다. 김씨가 도난 당한 100억원 대부분을 현금과 수표, 그리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채권 형태로 보관해왔다는 점이 그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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