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기습전화 내겐 언제올까…""나 대통령인데."
지난 달 무심코 구내전화를 받아 든 청와대의 한 행정관은 전화 저편에서 이런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깜짝 놀랐다. 전화를 건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뜸 "CUG(청와대 내부 통신망)에 보니까 보고서가 하나 떠 있던데 직접 작성한 것이 맞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곤 "하지만 내용을 보니 내 생각과 조금 다른 것 같던데 참고해 주시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너무나 당황해 노래진 얼굴로 그저 전화기를 든 채 할말을 잊었던 이 행정관은 노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끊자 "휴∼"한숨을 내쉰 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요즘 청와대에서는 이처럼 노 대통령의 '기습전화'를 받는 수석·비서관·행정관이 한 둘이 아니다. 실무진과 토론을 즐겨 하고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곧바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노 대통령의 집무 스타일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이다.
노 대통령은 아침에 출근하기 전 관저에서 신문을 읽다가, 또는 업무시간에 보고서를 읽다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챙겨 뒀다가 나중에 꼭 해당 비서관이나 행정관에게 전화로 확인한다. 주로 외부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전화를 건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교환원을 통해 해당 비서관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실과 국정과제 태스크포스(TF), 홍보수석실이 노 대통령의 '주 타깃'. 가장 역점을 두는 곳인 만큼 직접 챙기는 횟수도 많다. 노 대통령은 주로 "내 생각은 이런 데 왜 나하고 다르죠"라며 참모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 대통령의 전화가 주로 '지적성'이지만 대통령 목소리를 직접 듣는 직원들은 거부감을 갖기 보다 오히려 "대통령이 내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전화 통화가 무척 기뻤다"고 말한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이강철 고급車이용 논란 잊혀질만 하니 "집안싸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이강철 대구시지부장 내정자의 '고급승용차 이용'을 둘러싸고 당 대변인단 안에서 분란이 일고 있다. 올 3월 일부 언론이 "이 내정자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당직자들에게 목격돼 차를 바꿨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한나라당 구모 부대변인은 "집권 전에 교통비를 걱정하던 사람이 집권 후에는 고급승용차에 기사까지 두고 다닌다"는 비난 논평을 냈다.
이 내정자는 이에 발끈, "사실을 왜곡해 내 명예를 훼손했다"며 구 부대변인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 후 잊혀지는 듯 했던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민주당 A부대변인이 26일 대변인단 회의에서 "B부대변인이 이 사건을 한나라당 구씨에게 사전에 제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부터. 당시 회의에 불참했던 B부대변인은 저녁 늦게야 이 소식을 전해듣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나를 음해하기 위한 모략"이라며 자신을 제보자로 지목한 A부대변인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B부대변인은 "내가 청와대 관계자와도 통화했는데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의아해 했다"면서 "이 내정자가 구씨를 검찰에 고발할 때도 나와 상의했는데, 내가 그런 행동을 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A부대변인은 "B부대변인이 한나라당에 그런 내용을 제보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최근 검찰조사를 받은 구씨가 B부대변인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이 진술 내용이 청와대에 입수됐다더라", "B부대변인이 이 내정자와 구씨간의 중재를 위해 구씨를 은밀히 만난 게 부풀려졌다"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선 "A, B씨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확인, 조용히 해결했어야 했다"면서 "평소 쌓인 감정이 이번에 폭발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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