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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취임 인터뷰/"국민생각 무시하는 정부엔 본때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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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취임 인터뷰/"국민생각 무시하는 정부엔 본때 보여주겠다"

입력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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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신임 대표는 취임 첫날인 27일 숨막힐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6시부터 1시간45분간 6개의 라디오 방송과 휴대폰으로 릴레이식 인터뷰를 한 뒤 국립현충원을 참배, 방명록에 '흔들리는 나라, 바로잡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최 대표는 이어 오전11시부터 30분 단위로 8개의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본지는 낮 12시부터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여야관계와 당 쇄신방안 등에 대한 최 대표의 구상을 들어보았다.―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원칙이 없다.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철학과 법이 맞지 않으면 차라리 '고쳐달라'고 하면 알아듣겠다. 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이를 제쳐두고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나라를 끌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노사가) 붙으면 (노측을) 편들어주고, 그 대가로 대한민국은 거덜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미국과의 공조 외에 길이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해 퍼주는 것은 안된다. 힘과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지 비위를 맞추고 굽신굽신해서는 안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각을 잘못해서 이렇게 만들어놓았다. 노 대통령도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헛소리하지 말아야 한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출범 4개월이 된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노'라고 하면서 (대통령 앞에) 몸을 던져서 가로막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정부·여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생각인가.

"민생문제나 경제를 살리는 문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문제는 전적으로 협조하겠다. 대신에 우리 말 안듣고 정의나 국민의 생각을 무시하고 나가면 야당이 왜 있는지 본때를 보여주겠다."

―새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150억원 의혹 외에는 안된다'면서 특검법이 통과된다 해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그동안 '안된다'고 하다가 150억원 의혹 자체는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30일 총무가 선출되면 총무의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다. 150억원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대상을 조금 늘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의 최종 판단에는 총무의 생각이 중요하다."

―일부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책은.

"두세 명을 만났는데 탈당하려는 큰 이유가 '당의 개혁을 기다릴 게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대표를 맡은 것은 내년 총선에 이기는 당을 만들려는 것이고, 총선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개혁 때문이라면 나가지 말고 같이 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내 말 듣고 쉽게 생각을 바꿀 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할 것이다."

―당을 대폭 쇄신하겠다고 했는데 사람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이제 우리 당은 과거 총재처럼 공천을 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자칫 잘못해 현역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성(城)을 만들면 누가 장렬히 전사하겠느냐. 국회의원 후보경선 때 위원장이 대의원을 정하면 누가 나와도 백전백패한다. 내 생각으로는 대의원을 위원장이 정하지 않고 1,000명을 중앙당에서 무작위로 추첨하고, 나머지 1,000명은 지역주민의 공모를 받아 경선하면 위원장이 기득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새로 진입하는 젊은이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나이 든 사람도 통과하면 인정해야 한다."

―최 대표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현 상황에서 보수주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보수주의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다. 옛날에는 이 원리만 제대로 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건강한 보수'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새 기준이 등장했다. 첫째는 투명해야 하고 둘째는 공정해야 하고 셋째는 사회정의에 부합해야 한다. 우리 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한다는 뜻에서는 흠 잡을 데 없는데, 정책면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고 사회정의 부합하는 원칙을 갖지는 못했다고 본다. 이 부분을 제대로 보수(補修)해나갈 생각이다."

―당의 수구·노쇠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이 많다.

"나이를 기준으로 노쇠했다고 하면 승복하기 어렵다. 50에도 영감이 있고 60에도 생생한 젊은 노인이 있다. 조직이 제대로 되려면 노장청이 섞여야 한다. 청년은 역동성이 있고, 장년은 일을 해낼 능력이 있고, 노년층은 지혜가 있다."

―보수노선으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젊은 층과 서민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과거와 같은 보수노선은 안 된다. 재벌정책을 예로 들면, 재벌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재벌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이제 독일 정도 수준으로, 재벌이 이사회를 할 때 노조 대표가 참관하게 하는 것은 받아들일 필요 있다. 또 재벌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법적 절차를 거쳐 수천 억원을 간단히 소유할 수 있다.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증여와 상속에 대한 포괄적 과세는 불가피하다."

―내년 총선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갈 것으로 보는가.

"아직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하겠다. 우리 당도 그렇고 민주당도, 신당도 완전히 이념적으로 분화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여전히 지역주의의 잔재가 남아있고 다른 요소가 복합적으로 엉켜있다. 내년 총선에는 당장 어렵더라도 앞으로 정치는 그렇게 가야 한다."

―내년 총선에 이회창 전 총재의 지원유세를 거론했는데 이 전 총재의 정치재개나 정계복귀가 아닌가.

"지원유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와서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요청은 때가 오면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와 이 전 총재는 다르다. 이 전 총재는 깨끗한 사람이다. 국민 앞에 정계은퇴해놓고 그 연세에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내가 아는 이 전 총재는 그렇지 않다."

―내년 총선 승리가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목표라고 했는데, 정말 차기 대선에는 뜻이 없는가.

"총선에서 원내 1당이 안되면 정계를 떠난다. 정치 인생을 총선 승리에 걸겠다. 그 이후 명예롭게 물러간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인사중 대중성도 있고 신뢰가 가고 통일과 경제부흥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있다. 그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뒷받침하겠다."

/대담=신재민 정치부장

정리=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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