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 어치를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있는 김영완(金榮浣·50)씨 집 100억원대 금품 강탈 사건에 대한 경찰의 비선(秘線) 수사는,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가까운 후배로 현재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경비 책임자인 박종이(朴鍾二·46) 경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대길(李大吉) 전 서울경찰청장이 청와대 관련 사건임을 강조하며 일선 경찰서에 별도로 극비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이 전 청장에게 극비수사를 지시하거나 청탁한 인물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27일 경찰청 감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중이던 박 경감(당시 경위)은 지난해 4월1일 김씨로부터 전날 강도사건 내용을 전해들은 뒤 당시 이승재 경찰청 수사국장(현 경기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적임자 추천과 보안 유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경감은 이 전 국장 등이 추천한 서대문경찰서 강력2반장 이경재 경위에게 수사토록 한 뒤 2, 3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진척상황을 물었고, 이 경위는 청와대를 방문해 박 경감에게 수사상황을 설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기사 A3·4·10면
경찰은 또 비슷한 시기에 이 전 청장도 김윤철 당시 서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쪽(청와대를 지칭)과 관련된 사건이니 보안에 특별히 유의, 수사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전 청장은 누구로부터 사건과 관련된 연락이나 청탁을 받고 이 같은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으며, 감찰 조사에도 불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경감은 박 전 실장의 동향 후배로 박 전 실장이 미국에서 활동할 때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전 청장도 박 전 실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임상호 차장은 그러나 "기타 외부 기관이나 인사가 청탁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한 서대문서 강력2반 형사들이 지난해 4월말 구기동의 한 모텔에서 범인 3명을 조사하면서 범인들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 관련자들을 전원 징계키로 했다. 또 박 경감에게 극비 수사를 요청한 김영완씨가 6일치 모텔 숙박비를 지급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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