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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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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입력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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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돌베개 발행·1만 2,000원해와 달은 본래 연인이었다. 그러나 신의 심술로 헤어지게 됐다. 달은 슬퍼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아마존 강이 됐다. 아마존 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강이다.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 인디오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광활하고 신비로운 땅 아마존을 가로 지르는 아마존 강은 전세계 강물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남한 면적의 70배나 되는 700만㎢ 의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산소의 10분의 1을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이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아마존의 분홍돌고래는 신비의 동물이다. 원주민들이 '보뚜'(boto)라고 부르는 이 분홍돌고래는 강에 사는 돌고래의 일종으로 얕은 물에 사는데 물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보기가 쉽지 않다. 얕은 호수와 범람한 숲을 좋아하는 보뚜는 덩치가 우람해서 길이 2.4m, 몸무게는 180㎏이나 된다. 등지느러미가 뚜렷이 돌출해 있지 않고 등마루가 살짝 솟았을 뿐인 것도 여느 바다 돌고래와 다르다. 구슬 같은 눈, 곱사등, 긴 주둥이, 느슨한 피부를 지닌 이 녀석은 까마득한 태고의 유물이다. 가장 거대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더 큰 악어, 날지 못하는 몸 길이 2m의 거대한 육식성 새들이 살던 마이오세(2,600만∼700만년 전) 때 이빨고래가 민물고래로 진화한 것이니, 살아있는 고래 중 가장 오래된 종이다.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원제 'Journey of pink dolphins', 2000)는 이 아름답고 독특한 동물에 홀린 여성 탐험가 겸 과학 저널리스트인 사이 몽고메리의 아마존 탐사기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호랑이를 찾다가 강에서 흐린 연분홍 빛을 띤 둥그런 형체가 떠올라 너울처럼 굽이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본 뒤 분홍돌고래가 자신의 잃어버린 쌍둥이 같다고 느낀다. 열에 들뜬 사람처럼 그는 분홍돌고래를 찾아 아마존으로 간다. 거기서 분홍돌고래에 얽힌 숱한 신화와 전설을 듣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이해하게 된다. 애타게 찾아 헤맨 끝에 그는 마침내 분홍돌고래와 함께 강물 속을 헤엄치는 꿈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분홍돌고래에 바치는 뜨거운 연가이자 아마존의 아름다움에 취해 황홀경 속에 부른 찬가다. 지은이는 분홍돌고래를 비롯한 아마존 생물의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 뿐 아니라 백인 이주민들에 의해 짐승처럼 다뤄지고 죽임을 당한 인디오들의 눈물, 아마존의 낙원 같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환경파괴에 대한 유감, 원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놀라운 교감 등을 촘촘하고 섬세한 직물처럼 엮어서 짰다. 그는 시처럼 매혹적인 문장으로 독자를 홀린다. 아마존의 밤을 묘사한 서문의 한 대목을 보자.

"밤에는 하늘의 별보다 물 속의 별이 더 밝게 빛난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이 그대로 수면에 비치고, 나무에 도사린 늑대거미, 나무보아뱀, 나무개구리의 반짝이는 눈빛이 수면에 비친다. 카누를 타고 가다 보면 마치 무한한 우주의 별들 사이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주민들이 전하는 보뚜 이야기는 더욱 신비롭다. 그들은 보뚜가 아름다운 여자나 멋진 남자로 둔갑해서 사람의 넋을 앗아가며 황홀한 수중도시 엥깡찌로 유괴해간다고 믿는다. 보뚜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은 여자 이야기며 카누에 알몸으로 올라앉아 남자들을 유혹했던 보뚜의 이야기 등 아마존의 전설 속에는 언제나 분홍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

보뚜를 만나고 엥깡찌를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은이는 원주민 주술사에게 환상을 보게 해주는 환각제를 받아 먹기도 하고, 생물학자들의 도움으로 보뚜의 생태며 진화 과정, 아마존 생물과 생태계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나는 엥깡찌로 따라가고 싶었다. 황홀한 수중도시로, 에덴으로 따라가고 싶었다. 세계의 자궁 속으로, 낯섦과 아름다움과 갈망의 원천으로, 아래로, 더 깊이 따라가고 싶었다. 나는 아마존의 영혼 자체에 도달하고 싶었다."

드디어 보뚜를 만났을 때, 그는 보뚜가 내뿜는 숨결에 공기방울이 솟아오르며 진주로 엮은 그물처럼 펼쳐지는 것을 본다. 카누를 타고 달빛 아래 너울거리는 보뚜의 분홍빛 머리를 보면서 보글거리는 거품을 만졌을 때의 느낌을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감미로운 애무 같고 유령의 입맞춤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숨결이 발레를 하는 것 같은."

보뚜에 넋을 잃는 것은 지은이나 아마존 원주민 만이 아니다. 책 끄트머리에 실린 옮긴이의 글은 '엥깡찌로 유괴되고 싶습니다' 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독자들도 같은 충동에 시달릴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 보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없다. 보뚜가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이 워낙 드문 탓도 있고 원서에 실린 몇 안 되는 사진의 상태가 나빠서 뺐다고 한다. 보뚜, 그리운 보뚜! 아마존의 마법 같은 세계로, 보뚜와 엥깡찌의 놀라운 신비로 풍덩 뛰어들고 싶어서 당장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지만, 꾹꾹 누를 수밖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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