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거취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유죄가 선고된 손 회장을 재계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청와대의 이 같은 요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이다. 윤리 경영이 갈수록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분식회계 사건으로 법원에서 죄가 인정된 기업인을 상대로 개혁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전경련 회장 퇴진 요구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기구이고, 전경련 회장은 '재계 총리'로 불릴 만큼 위상을 갖고 있지만, 전경련은 기본적으로 민간 단체다. 공직자의 경우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되면 곧 직무가 정지된다는 청와대측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손 회장은 현재 항소 중이다. 전경련이 회장은 회원의 뜻에 따라 선출되고 그 직을 유지하는 자리로 회원 이외에는 회장직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타당성이 있다. 만일 정부가 최근 잇따른 재계의 정부 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 대해 '재계 길들이기' 차원에서 전경련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면 이는 정부가 권위 손상을 자초하는 일이다. 또 손 회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SK그룹을 위해 전경련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정부와 재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전경련 회장은 가장 중요한 정부와 재계의 대화 창구라는 점을 양 측은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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