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는 전투기를 탄 채 적진에 돌진해 자폭함으로서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부대가 있었다. 이름하여 '가미가제(神風) 특공대.'흔히 가미가제 특공대는 일본 천황을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진 충성심에 불타는 젊은이라는 이미지로 표상된다. 그러나 정말 그들은 '천황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것일까. 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비틀려진 벚꽃―미의식과 군국주의'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내세워 문화분석적 시각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다. 저자는 상징인류학자인 오누키 미에코(大貫美子).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이다.
이 책은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인 벚꽃의 상징과 그 변용을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고대에 생산력을 상징하던 벚꽃은 11세기에는 지는 꽃잎이 죽음과 무상을 상징하게 된다. 한편 일본의 전통예술인 노(能)나 가부키(歌舞伎)에서는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광기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고 군국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한 19세기 메이지(明治) 시대에 이르러 벚꽃은 '목숨을 희생하는 병사'를 상징하게 된다. 메이지 정부는 일본 천황의 신격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벚꽃의 이미지를 '천황을 위하여 아름답게 목숨을 희생하는 병사'로 변용시켜서 국민들에게 전파한다. 즉 일본의 근대 천황제와 군국주의는 벚꽃의 상징성을 이용함으로써 국민이 국가의 정책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 책은 특공대에 지원한 당시의 제국대학 출신 학도병들의 수기를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그들이 목숨을 내던지게 된 원인을 찾는다. 저자는 그들이 '천황을 위하여'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상주의'와 '애국심'이 그들을 움직였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장한 '벚꽃=목숨을 희생하는 병사=고결함'이라는 문화적 상징에 너무 깊이 물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히틀러든, 젊은 특공대원들의 목숨을 잔혹하게 빼앗아간 일본의 군부든, 인류에게 대죄를 범한 자에게 그 책임을 면제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들 누구든지 역사의 나무를 비트는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무를 비트는 악의 힘에 말려들어서 가장 위험한 문화적, 역사적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 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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