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이 70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신문에는 송두환 특별검사, 박광빈·김종훈 특검보 3명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실렸지만 실제 사건 전모를 밝힌 전문가들은 검찰에서 파견된 박충근 부장검사, 이병석·박진만 검사 등 3명의 현직 검사였다. 송 특검은 최종 수사 책임자로서 조사를 직접 맡지 않았다.사실 특검팀의 성패는 '검찰에서 얼마나 유능한 검사들을 스카우트해 오느냐'에 달려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검 수사팀을 꾸리면서 송 특검은 이 사건의 주임검사 격이었던 박 부장을 선발해 오기 위해 무진 애를 먹었다. 박 부장이 완강히 고사했기 때문. 송 특검은 검찰 고위층에 "검찰이 특검에 협조하지 않을거냐"고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박 부장은 '조직의 뜻'에 따라 특검에 파견됐다고 한다.
역대 특검들을 보아도 특검 파견은 검사들의 기피 대상이다. 검찰의 허물을 들춰내야 해 자칫 검찰에 복귀하면 '왕따'를 당하기 쉽고(실제 이런 경우도 있었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특검 지휘부에만 맞춰지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특검 수사를 초래한 것은 검사들이 아니라 검찰 지휘부일 것이다. 검찰 지휘부만 바로 선다면 특검 무용론도 자연스레 대두할 것이다. 검사들은 실력으로서 그 점을 증명해 보였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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