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과 노사분규 등 국내 경영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지난해 설비이전이나 공장 설립 등의 방법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의 투자규모가 사상 최초로 국내로 유입된 외국 기업의 투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2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펴낸 '각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현황'자료에서 지난해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억달러인데 반해 한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그보다 7억달러나 많은 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FDI 부문에서 해외 유출이 유입을 초과한 것은 1960년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OECD는 "한국으로 유입된 FDI는 2001년(35억달러)에 비해 격감했으나, 한국에서 유출된 FDI는 오히려 24억달러에서 27억달러로 3억달러나 늘었다"고 밝혔다.
OECD는 그러나 "1993년부터 2002년까지의 누적액 기준으로는 한국으로의 FDI 유입이 379억달러에 달한 반면 유출은 355억달러에 머물러, 24억달러가 순유입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외투자 역전현상은 2003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는 142건, 2억6,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9%나 늘어난 반면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97건, 3억5,600만달러로 투자액이 71.7%나 감소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앨라배마 공장 신설, 삼성전자 반도체 현지공장에 대한 투자확대 등 국내기업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반면, 미국 기업은 경기침체, 이라크전 여파, 북핵 위기 등으로 한국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스에도 불구, 한국 기업의 대 중국투자는 올해에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반면 유럽 등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