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참여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이 노동계 줄파업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았다. 또 파업사태가 경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국민도 많았다. 하지만 불법 파업이라도 대화와 타협을 우선한 뒤 해결 가능성이 없을 때에만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주목된다. 때문에 조흥은행 파업 사태 당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정부 태도에 대해서도 지지여론이 많았다. 한마디로 파업사태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이로 인한 파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참여정부가 내세운 노사관계의 틀에 대해서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변화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노사관을 드러냈다.불만족스럽고 일관성 없는 정부
파업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75.8%(약간 59.7%, 매우 16.1%)로 '만족스럽다'는 의견(19.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파업사태 해결방식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적 견해가 54.3%로 과반수를 넘었고, '중립적이다'는 견해는 19.9%에 불과했다. '노조편향적'이라는 응답도 11.6%에 달했다.
또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노사분규의 궁극적 책임소재에 대해 정부를 지목한 응답자가 43.3%로 가장 많아 화물연대를 시작으로 벌어진 일련의 파업사태를 정부가 잘못 처리해 줄파업 사태를 초래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책임소재의 대상으로 개별기업과 노조를 꼽은 응답자는 각각 22.9%, 22.1%였다. 새 정부 출범이후 노사관계 개선 정도에 대한 물음도 '나빠졌다'가 44.7%(약간 34.8%, 아주 9.9%)로 '나아졌다'는 응답 12.7%(약간 12.0%, 아주 0.7%)보다 많았다.
노사분규가 경제성장과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재계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의 75.3%가 '동의한다'고 답변, 파업사태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화하고 있는 노사관계
이번 여론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변화를 맞고 있는 우리 국민의 노사관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조흥은행 파업사태 당시 끝까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정부 대응에 대해 '잘했다'는 여론이 53.6%(매우 8.2%, 대체로 45.4%)로 절반 이상을 넘었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불법파업이 벌어졌을 때 공권력 투입 여부를 묻자 '불법파업이라도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되 해결가능성이 없으면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68.2%로 가장 많았다. '불법임이 확인되면 무조건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생각은 16.2%였고,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 투입은 안된다'는 응답은 14.3%였다.
올 파업사태가 과거에 비해 심각하지 않은데다 일부 언론이 사태를 과장해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는 정부와 노동계 주장에 대해서도 51.4%가 '동의한다'(전적으로 7.95, 대체로 43.5%)고 답했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경영 참여 주장에 대한 의견도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하는 수준에서 제한적 경영참여를 보장해야 한다'(50.6%), '투명경영을 위해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22.8%) 등 진보적 견해가 많았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월권행위로 허용불가' 응답은 20.0%에 머물렀다.
노사관계 이렇게 변해야
노사간 평화 정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분규예방 시스템 마련'이라고 의견을 밝힌 응답자가 46.8%로 가장 많았다. 사안별로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지 말고 시스템에 따라 일관된 처리를 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다음은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 확립'(24.2%), '노조를 무시하는 권위적인 경영문화 개선'(12.2%), '노조의 행동위주 투쟁방식 지양'(11.2%) 등 순이었다.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바람직한 태도로는 '노사 양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41.8%로 가장 많아 정부의 개입보다는 노사의 자율 처리를 중시했다. 다만 '공익과 관련있는 사안만으로 개입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답변도 30.3%나 돼 지하철 노조 등 공기업 파업에 대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사정 협의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81.1%(매우 18.2%, 약간 62.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각에서 노사정 협의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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