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현아, 너는 꼭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주위 사람들이 시골학교 다닌다고 놀리더라도 넌 꿋꿋하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알았지?"싱싱한 고등어 같았던 내 10대가 고스란히 숨쉬는 강원도 영월 산골마을. 거기에는 언제나 나를 잡아주고 이끌어주신 황성구 교감 선생님이 계신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언제나 학생의 본분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셨고 수업 중에 졸거나 장난을 치다가도 어김없이 마주치는 것은 창 밖에서 유심히 교실 안을 바라보시는 교감선생님의 애정어린 눈빛이었다. 꼭 다시 뵙고 싶은 마음으로 선생님께 뒤늦은 감사의 글을 올린다.
선생님, 저 희현이에요. 몰래 친구들과 선생님의 별명인 '솜털방망이'를 부르며 까르르 웃던 못된 학생, 기억하시죠?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교장 선생님이 되셔서 다른 학교로 가실 때 얼마나 섭섭했는지 아세요? 제가 대학 입학하는 모습까지 보셔야 하는데 마치 사막 한 가운데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래선지 대학 입학하는 날 선생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7년 동안 한번도 선생님을 찾아 뵙지 못했습니다. 원주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기만 했으니. 부모님과도 같은 선생님을 성심껏 모셔야 하는데 부디 건강하게 살아 계시길 기도하는 제 모습이 너무나 어리석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동안 세월이 말없이 흘러 저는 지금 대학 졸업을 앞둔 어엿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꼭 성공한 모습으로 선생님 앞에 서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와선 그게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잘 압니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 뿐입니다. 영월과는 달리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문득 외로움이 찾아 드는 서울 생활이지만 늘 선생님이 저에게 보여주셨던 애정과 사랑만은 잊지 않으려고 해요. 저에게 가슴 속 깊이 사랑이라는 선물을 새겨 주신 분이시니까요.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선생님, 저 기다려주세요. 제가 곧 선생님께 가겠습니다. 그때 건강한 모습으로 저를 맞아주셔야 해요, 아셨죠?
/양희현(24)·서울 성북구 삼선동5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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