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등 조세회피지역에 몰래 역외펀드를 만들어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주식 매매와 외화차입을 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서울지검 외사부(민유태 부장검사)는 26일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지에 역외펀드를 설립, 불법 운영해 온 나래이동통신과 코오롱(주), 아시아나항공, 동아창업투자 등 5개사를 적발, 이중 나래이동통신 전 대표 이모(41)씨등 2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코오롱(주), 아시아나항공과 동아창업투자 등 3개 기업의 대표 및 임원 6명과 법인을 벌금 2,000만∼3,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나래이동통신은 1997∼99년 최대주주인 삼보컴퓨터의 지배권 안정을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섬에 '슈프림' 등 역외펀드 4개를 설립한 뒤 외국인으로 위장해 지분을 몰래 매입하는 방법으로 삼보컴퓨터의 나래이동통신 우호 지분을 29%에서 46%로 끌어올린 혐의다.
코오롱은 96∼99년 역외펀드를 통해 삼양종금 등으로부터 외화 자금 3,000만달러를 차입한 뒤 이를 변제하기 위해 또 다른 역외펀드를 만들어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1,300만달러를 불법 출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외화차입과 자사주 환매 등을 위해, 동아창투는 외자유치 차원에서 각각 역외펀드를 불법 운영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역외펀드를 이용한 주식 매매와 역외펀드 자금을 보낸 뒤 이를 다시 국내 기업으로 유입시켜 '외자유치'라고 홍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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