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빗방울이 거세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뒹굴며 주말을 보내자니 왠지 억울하고….비와 어울리는 나들이를 계획해보자. 비안개가 서려있는 산사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숲길을 가득 덮는 빗소리, 몸을 부풀린 계곡물, 그리고 은은한 독경소리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맑게한다. 전남 순천시와 화순군의 선암사, 송광사, 운주사, 쌍봉사 등은 심신을 깨끗이 하는 고찰이다.
준비
첫날은 순천, 둘째날은 화순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순천시내에 로얄관광호텔(061-741-7000), 씨티관광호텔(753-4000) 등의 관광호텔과 동경장호텔(741-6500), 순천각호텔(753-5511), 노블레스호텔(722-7730) 등의 일반호텔이 있다. 절 근처에 묵으려면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도립공원 내의 여관과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 도립공원관리사무소 754-6341.
화순에는 화순온천과 도곡온천이 있다. 미리 예약해야 한다. 화순금호리조트(061-370-5000)가 화순온천에서 가장 큰 숙박시설이다. 도곡온천에는 도곡미송온천호텔(375-9800), 도곡온천호텔(375-0008)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온천지구에는 50개가 넘는 일반호텔과 여관이 있다.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370-1224.
우산은 필수. 바람이 많이 불 것에 대비해 우비도 챙겨야 한다. 비에 젖어도 상관없는 허름한 운동화를 챙기는 것도 좋다. 슬리퍼는 금물. 흙이 슬리퍼와 맨발 사이에 끼어 아프기도 하지만 사찰을 참배하는 예의가 아니다.
가는 길
남고속도로를 계속 타고 간다. 순천시내로 간다면 서순천IC나 순천IC에서 빠지면 되고 조계산 인근에서 잔다면 승주IC를 이용하면 된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나와 국도를 타고 남원-구례를 거쳐 순천에 닿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밤길이라 헤매기 쉽다.
수도권에서 5시간 정도 걸리는 먼 길이다. 저녁식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해결해야 한다. 전주부터 국도를 탄다면 전주콩나물해장국이나 남원추어탕을 먹을 수 있다. 전주 완산구 고사동의 삼백집(063-284-2227), 남원시 천거동의 새집(625-2443)이 유명하다.
순천에서
선암사를 먼저 찾는다. 시내에서 다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승주IC에서 빠진 뒤 857번-832번 지방도로를 타면 선암사 입구인 괴목마을에 닿는다. 한국 불교 제2의 종단인 태고종의 본찰이다. 승선교(보수공사중)를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있다.
운치있는 산보를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절까지의 숲길은 완전히 천연 수목원이다. 친절하게 나무의 이름과 쓰임에 대해 설명을 달아 놓았다. 절에는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을 비롯해 팔상전, 원통전 등 불교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이 많다. 종무소 (061)754-5247.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향한다. 다시 고속도로를 탄다. 조계산을 빙 돌아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 주암IC로 나와 27번 국도로 남하하면 왼쪽으로 입구가 나온다. 송광사는 불보 통도사, 법보 해인사와 함께 조계종 3보사찰 중 하나인 승보사찰이다. 말 그대로 '도사'를 많이 배출한 절이다.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홍교를 지나 일주문을 지나면 경내다. 수행도량답게 언제나 은은한 목탁소리가 들린다. 종무소 755-0107.
순천에는 볼거리가 많다. 시간이 남는다면 마저 돌아본다. 낙안읍성민속마을, 고인돌공원, 순천향교 등의 순이다. 그리고 화순의 온천으로 향한다.
화순에서
화순·도곡온천과 운주사, 그리고 쌍봉사는 같은 군 내에 있지만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게으름을 피우면 두 절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운주사를 먼저 찾는다. 나주시와의 경계인 도암면 대초리의 운주사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 천불천탑으로 유명하다. 절이 온통 불상과 불탑으로 가득하다. 정말 부처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다. 종무소 (061)370-1224. 쌍봉사는 이양면 증리에 있는 작은 절. 덩치는 작지만 단아하고 기품이 있는 절이다. 법주사 팔상전을 닮은 3층탑 형식의 대웅전이 이채롭다. 372-3765.
돌아오는 길
쌍봉사에서 숙곡치를 넘으면 58번 지방도로. 우회전하면 18번 국도와 연결된다. 경치가 빼어난 주암호 호변도로이다. 고인돌공원을 지나 27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호남고속도로 주암IC에 닿는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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