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에게 가장 큰 관심사의 하나가 결혼이다. 독신주의자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20, 30대는 마음에 드는 배우자와 백년가약을 맺기를 희망한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나의 경험철학이다.지난해 5월, 나는 나이 서른 다섯에 '노총각' 딱지를 뗐다. 아는 분의 소개로 아내를 만난 지 한달 만에 결혼하기로 결정했고 그로부터 5개월 후에 결혼식을 올렸다. 한마디로 속전속결이었다. 평생배필을 한달 만에 결정하는 것이 너무 서두른 결정이 아니냐고 걱정해주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
나는 출장이 많은 편인데, 아내는 내가 출장을 가면 날마다 따뜻한 목소리로 안부전화를 해준다. 2남 1녀 중 막내인 내게 시집와 홀로 되신 나의 아버지를 잘 모시고 있다. 나는 아내가 정말 고맙고 사랑스럽다. 얼마 전 나는 피로가 누적돼 간 수치가 정상인의 10배까지 올라가 입원했는데, 아내는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30대 중반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30대 중반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 실은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결혼관에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나는 지나치게 고르는 편이었다. 마음에 끌리는 상대를 만나도 무언가 부족해보인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나의 머뭇거림 때문에 만남이 제대로 지속되지 못했는데도 원인을 상대에게 돌렸다. "나는 왜 이렇게 인연이 닿지 않나"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를 생각해 보았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맞지않는 부분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늘 한결같은 사람은 아내 뿐이라는 생각이다. 아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잘 익은 과실주처럼 향긋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결혼을 인생의 통과의례로 부르는 것은 결혼이 자신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짝을 찾아 헤매는 20, 30대에게 건투를 빈다. 그리고 한번쯤 "그렇다면 나는?"하고 자문해보기를 바란다.
최 병 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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